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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김재영]‘복비’가 ‘중개보수’ 되려면

입력 | 2015-03-18 03:00:00


김재영 경제부 기자

몇 년 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한 공인중개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공인중개사는 “최근 호가가 오르면서 우리 동네 매물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새로운 개발호재라도 생겼나 싶었지만 이후 알게 된 사실은 기대와 달랐다. 고객 한 명이 해당 지역 중개사무소 전체를 훑으며 집을 알아본 것이다. 여러 중개사무소로부터 문의전화를 받은 집주인들은 수요가 많은 것으로 착각하고 호가를 올리거나 급매물을 거둬들였던 것이었다.

요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인터넷과 모바일에는 수십 건의 매물이 떠있어도 실제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면 물건이 없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고객을 속이기 위한 ‘허위매물’ ‘미끼매물’인 경우도 있지만 집이 팔린 이후에 정보가 제때 수정되지 않은 탓도 있다. 집주인이 여러 중개사무소에 의뢰한 중복매물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의 부동산 중개 관행은 여전히 주먹구구다. 구두로 여러 중개사무소에 거래를 의뢰하는 ‘일반 중개계약’이 대부분이다. 거래진행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기 어렵고, 공인중개사도 ‘내 물건’이라는 책임감이 약하다. 거래를 진행하다 다른 중개사에게 계약을 뺏기면 보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빨리 팔고 보자’는 식이다. 의뢰자의 신원과 부동산 물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거래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전속 중개계약’이 많다. 의뢰인과 공인중개사 간 서면계약을 맺고 사전에 보수를 확정해 거래의 안전성을 높인다. 중개사는 의뢰인에게 정기적인 서면보고로 진행상황을 알려준다. 단순히 매물을 중개·알선하는 수준을 넘어 부동산 컨설팅, 명의이전, 세무 등 거래 전반을 관리한다.

정부가 지난해 부동산 중개보수를 인하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마련하자 소비자들이 환영한 것은 당연하다. 기존의 중개서비스가 가격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개보수 인하 방침은 지방자치단체 의회 심의과정에서 논의가 중단됐다. 공인중개사들의 요구로 지자체 의원들이 특정 요율 이하에서 협의하도록 돼있던 중개보수를 특정 요율로 고정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논의를 일단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 의회 심의과정에서 고정요율이냐 상한제냐에 논의가 머물러 있는 것은 아쉽다. 이참에 보수수준을 넘어 거래관행 자체를 선진화하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 우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중개업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 중개를 넘어 이사서비스나 저리 대출 알선, 법률·세무 대행, 부동산 관리 등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들도 서비스를 받은 만큼 합리적인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속중개가 활성화되도록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되면서 ‘중개업자’와 ‘중개수수료’라는 용어가 각각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보수’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복덕방’과 ‘복비’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업계나 정부는 그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