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사회부 기자
이 경로당의 철거가 최근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7년 6월을 목표로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데 경로당이 성곽 인근에 설치돼 있어 “경관을 해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로당 이전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지시했다. 박 시장은 1월 23일 낙산의 한양도성을 살펴보는 현장에서 “(경로당을) 경관을 해치지 않게끔 (종로구와) 잘 협의해서 이전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서울시 측은 밝혔다.
경로당의 설립과 관리는 구청의 업무다. 서울시는 종로구에 우선 급한 대로 인근 건물을 임차해 경로당을 옮긴 뒤, 내년 주민참여예산 등을 확보해 새로운 건물을 세우거나 기존 건물을 매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경로당 어르신들은 수십 년간 정들었던 공간을 내주는 것도 모자라 두 번 이사를 해야 한다.
종로구는 난색을 표했다. 당장 대체건물 임차에 필요한 예산(약 3억 원)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지만 경로당 인근을 찾아봐도 적당한 건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종로구는 서울시에 “경로당을 현 위치에 존치하는 방법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서울시 요청대로라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 낙산경로당 어르신들께는 이전과 관련해 말도 못 꺼낸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필자는 문득 서울시장 공관이 생각났다. 1940년에 지어진 혜화동 시장공관은 한양도성 성곽을 축대로 사용해 문화재 훼손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성곽 복원을 위해 박 시장은 2013년 12월 혜화동 공관을 떠났다. 박 시장은 은평뉴타운 복층아파트를 거쳐 지난달 종로구 가회동의 새 공관으로 이사했다.
시장공관과 낙산경로당은 한양도성 복원과 관련해 이전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이렇게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시장은 새 공관을 마련해 이주한 반면 경로당 어르신들은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황인찬 사회부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