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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장-놀이장… 콘도형 병원쉼터 ˝소아환자 가족도 힐링해야죠¨

입력 | 2015-03-16 03:00:00

양산부산대병원-로날드맥도날드재단 국내 첫 ‘힐링 홈’ 2015년말 완공




13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열린 건축위원회 회의 모습. 양산=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조감도.

“정원에서 아이들이 바비큐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보다 놀이공간을 조금 줄이고, 정원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신언식 건축위원회 위원장)

“엄마들이 빨래를 하거나 음식을 만들 때 아이들이 옆에서 놀 수 있도록 중간에 놀이방을 만들겠습니다.”(윤재민 JMY건축사무소 소장)

13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회의실에서는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올해 12월 완공될 예정인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공사를 위해 건축전문가 7명과 사회복지사 병원장 등 총 14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는 어린이환자의 가족들이 머물 콘도형 숙소다. 이 시설은 1974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미식축구 선수 프레드 힐은 병원 의자에서 잠을 자며 백혈병에 걸린 딸을 간병하다 문제점을 느꼈다.

힐의 소속팀인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동료들과 이 지역의 맥도널드 매장 점주들이 소식을 듣고 집짓기에 동참했다 1984년 재단이 설립됐고 2007년 한국에도 지사가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62개국에 385개의 비슷한 ‘집’이 생겼다.

이런 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오랜 병간호 과정에서 가족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성시찬 병원장은 “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잠도 못 자고, 소아환자의 형제들까지 병원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보통 개별 가족용 방과 놀이시설, 도서실, 세탁실, 공동 주방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어린이병원 중에서는 이번이 첫 시도다. 양산부산대병원이 땅을 제공했고, 재단법인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가 건축과 향후 운영비를 지원한다.

올해 말 선보일 집은 가족용 방이 10개로 4인 기준 10가족이 동시에 머물 수 있다.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상주하기 때문에 부모가 잠시 쉴 수도 있다. 가족당 1박에 1만 원씩 받을 예정이다. 장기간 치료를 받는 소아암·심장병 어린이뿐 아니라 며칠씩 병원에 머무르며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어린이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설을 지을 때 건축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은 ‘집에서 떨어진, 또 다른 집’이다. 나라마다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룰이 있다. TV를 절대 방 안에 놓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모든 동선이 중앙의 공동 공간으로 이어지게 하는 점이다.

방 안에만 있지 말고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가족 간 대화로 풀어가라는 뜻이다. 제프리 존스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부회장(전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에서 하는 첫 시도지만 환자 가족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양산=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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