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캐스파 헨더슨 지음·이한음 옮김/540쪽·2만5000원·은행나무
웃는 얼굴을 가진 아홀로틀을 그린 그림, 눈이 많은 미스타케우스, 아름다운 띠 모양의 띠빗해파리(위쪽부터). 은행나무 제공
미스타케우스는 또 어떤가.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일 것 같은 이 이름은 거미류 중 하나를 가리킨다. 미스타케우스의 얼굴은 새하얀 수염으로 덮여 있고 머리 위로 검은 털이 삐죽삐죽 솟아 있다. 눈은 여덟 개. 앞쪽에 네 개, 뒤쪽에 네 개의 눈이 있다. 눈 하나하나의 시야는 좁지만 여덟 개의 눈이 서로를 보완해 넓은 영역을 훑을 수 있다. 점프력도 좋아서 자기 몸길이의 50배에 이르는 거리를 뛸 수 있다. 가시갯가재라는 녀석은 사람의 손가락뼈를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다. 앞으로 비죽 튀어나온, 곤봉처럼 생긴 것을 빠르게 휘둘러 공격한다. 고노닥틸루스라는 학명의 뜻(생식샘 발가락)을 생각하면 생식기인가 싶지만 실은 부속지다. 먹이를 잡을 때 후려치는 속도가 거의 총알 속도와 맞먹는다.
이 책은 이렇듯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돌고래나 일본원숭이 같은 익숙한 동물도 있지만 대부분 듣도 보도 못했던 동물들이다. TV 과학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로, ‘네이처’ ‘뉴사이언티스트’ 등 과학 전문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해온 저자가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들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햇빛을 받을 때마다 여러 빛깔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띠같이 생겨 영어로 ‘비너스의 허리띠’로 불리는 띠빗해파리, 깨진 조개껍데기 같은 다른 생물들의 죽은 부위와 배설물 등을 섞어 자신의 껍데기를 만드는 제노피오포어 등 기이한 동물들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