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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기자의 서울 데이트 할까요]북촌 어둠 전시장-신촌 암흑카페

입력 | 2015-03-13 03:00:00

썸남썸녀 “안 보이니 더 좋아”




어둠 속에서 즐기는 이색 데이트가 최근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한 암흑 콘셉트의 한 카페에서 본보 이철호 기자가 여자친구와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철호 기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 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 어두컴컴한 어둠 속 데이트는 어떤 느낌일까? 실제로 요즘 이런 어둠을 콘셉트로 한 데이트가 뜨고 있다. 어둠에 휩싸여 묘한 긴장감에 빠지면 서로의 애정을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어둠 속 데이트를 기자 커플이 직접 체험해 봤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 1층. 여러 커플이 삼삼오오 손을 꼭 잡고 모여들었다. 어둠 속의 대화전은 100분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실(暗室)을 돌아다니며 숲, 여객선, 시장, 시골 농가, 카페 등 테마공간을 체험해 보는 전시다. 감각의 약 70∼80%를 담당하는 시각을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나머지 4가지 감각(청각 후각 촉각 미각)이 극도로 민감해지는 상황을 경험해볼 수 있다.

“설마 아무것도 안 보일까.” 여자친구의 말도 잠시, 전시장은 말 그대로 암흑 그 자체였다. 아무런 형체도 보이지 않는 순간 ‘눈이 멀었나’ 하는 공포감에 숨이 막혔다. 그때 “심호흡을 하면서 들리는 소리, 바람 그리고 냄새를 느껴보세요”라는 ‘로드 마스터’(안내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점차 몸과 마음이 빛에 노출됐을 때보다 오히려 편안해지는 게 느껴졌다.

어둠 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이후 전 세계 30개국 160개 도시에서 진행 중인 인기 전시회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이 겪는 어둠을 체험하고 이해와 소통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어두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할 수 있어 이른바 ‘썸남 썸녀’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이 전시를 기획한 사회적 기업 엔비전스 송영희 대표는 “많은 이들이 어둠을 체험한 뒤 편안함과 여유를 찾아 간다”며 “함께 손잡고 어둠을 헤쳐 나가며 연인, 부모 자식 간 애정이 돈독해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어두운 공간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암흑 카페’도 이색 데이트 장소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날 저녁 찾은 신촌의 N 카페에서는 입장 전에 휴대전화, 시계 등 빛을 내는 소지품을 모두 수거해 갔다. 어둠 속에서 즐기는 젠가, 해적룰렛 등 보드게임은 색다른 즐거움을 줬다. 암흑 카페 데이트의 하이라이트는 ‘식사’다. 기자 커플은 돈가스와 토마토 파스타 먹기에 도전했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쉽지 않았다. 그렇게 돈가스와 토마토소스가 묻은 서로의 얼굴을 상상하며 자지러지게 웃기를 수차례. 예약했던 1시간 반의 시간이 보이지 않는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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