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두 스포츠부장
하지만 박태환의 훈련은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박태환, 다시 수영장으로 한국체대서 훈련 재개’란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가 보도된 5일 한국체대가 박태환의 수영장 출입을 막았다. 한국체대가 밝힌 공식 이유는 수영장 이용 신청 과정에서 빚어진 행정적인 실수였다. 박태환은 대회용인 50m 길이의 수영장에서 훈련하기 위해 지난달 말 중고교 수영선수들을 지도하는 한 사설 수영교실에 가입했다. 그런데 그 수영교실이 한국체대에 제출한 수영장 이용 신청자 명단에 박태환의 이름이 빠진 것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한국체대 관계자들이 귀띔해 준 진짜 이유는 달랐다. “어떻게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를 한국체대와 같은 공공시설에서 훈련시킬 수 있느냐”는 일부 수영계 인사들의 항의에 따른 조치였다는 것이었다. 실제 한국체대는 대한수영연맹과 한국반도핑기구에 도핑 테스트 양성반응으로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선수가 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까지 했다. 국제수영연맹과 세계반도핑기구는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자격정지가 확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공공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대회 출전 등 선수로서의 활동을 금지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 징계를 받지 않은 박태환이 공공시설에서 개인적으로 훈련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졸지에 훈련장에서 쫓겨난 박태환은 이번 주 동호인들이 이용하는 25m 길이의 일반 수영장에서 훈련을 계속할 것을 고려했다가 포기했다. 훈련 성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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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대한민국 역사상 첫 수영 금메달을 땄을 때 대한수영연맹은 “연맹이 오늘의 박태환을 키웠다”는 공(功)치사를 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4년이 흐른 뒤 런던 올림픽에서 박태환의 하향세가 뚜렷해지자 수영연맹은 박태환에게 등을 돌리기 바쁘다. 올림픽 포상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여론의 비난에 밀려 뒤늦게 포상금을 주는가 하면 도핑 테스트 양성반응에 대해서도 ‘강 건너 불구경’ 식의 대처로 지탄을 받았다.
국제수영연맹 청문회에서 박태환의 소명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징계를 피할 수는 없다. 자격정지 2년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박태환의 선수생활까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박태환이 한국 수영의 영웅이었다는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의 영웅 한 명도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수영연맹이 미래의 영웅을 기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놀부 심보가 아닐까.
이현두 스포츠부장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