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비즈니스 런치(업무상 점심) 자리를 자주 갖는 지인 10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한식을 먹는다는 사람은 2명뿐이었다. 파스타가 2명, 중식 3명, 일식 2명, 스테이크 1명이었다. 간이 설문이었지만 대부분의 비즈니스 런치 메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의 주식인 한식 비중이 낮은 이유가 궁금했다.
40대 마케터인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상 가득 차려져 나오는 걸 보면 수저를 들기 전부터 압도당하기 일쑤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리는 게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절반은 버릴 수밖에 없는 반찬을 보고 혹시 이 반찬도 재활용된 게 아닐지 의심까지 든다.”
백반집이나 일품(一品)요리집에서도 한식을 판다. 하지만 이런 식당에 대한 C 씨(50대·외국계 기업 상무)의 대답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운이 좋으면 ‘맛집’일 수는 있다. 한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쫓기듯 식사해야 한다. 그런 곳에서 한식을 즐겼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렇다. 한정식집은 과시가 넘쳐나고 백반집은 초라하다. 한식이 건강식으로 꼽히면서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한식당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식 뷔페의 인기는 고무적이다. 2013년 문을 연 CJ푸드빌(계절밥상)에 이어 이랜드그룹(자연별곡), 신세계푸드(올반)가 한식 뷔페 사업에 뛰어들었다. 1인당 가격은 1만∼2만 원대. ‘뷔페=서양식 음식’이란 고정관념을 깬 이들은 기존 한식당이 한정식과 백반집으로 양극화된 데에 착안해 ‘틈새시장’을 발굴했다. 또 국산 제철 재료를 쓰면서 음식에 스토리를 담았다. 보은 선씨 종갓집 메뉴(올반)나 계절 나물을 고추장에 비벼 먹는 골동반(자연별곡), 뻥튀기 아이스크림 같은 추억의 간식거리(계절밥상)가 그 예다. 그 덕분에 요즘 한식 뷔페는 예약 없이 가면 2시간은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한식 뷔페의 성공은 일반 한식집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한식집 사장님은 대표적인 자영업자로 꼽힌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한식집은 전국 음식점의 절반에 육박하는 29만3239곳(48.7%·지난해 2월 기준)이나 있다. 퇴직자들이 많이 차린다는 치킨집(3만3152곳·5.5%)보다 약 9배나 많지만 상당수는 경영난을 겪는 게 현실이다.
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