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엄마의 토끼’를 출간한 엄마 성미정 시인과 아들 배재경 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으며 복닥복닥 아웅다웅하는 모자를 보니 사이좋은 친구 같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성미정 시인 동시집 ‘엄마의 토끼’
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성 시인은 “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쫓아다니며 관찰하면서 새로운 경험도 하고 어릴 적 나를 다시 만나면서 첫 동시를 쓰게 됐다”며 “동시를 쓰면서 아이와 성장을 함께 할 수 있었다”고 했다. 1998년 배용태 시인(44)과 결혼한 성 시인은 2002년 5월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을 ‘최최고’로 좋아한다는 재경 군을 낳았다. 부부는 시를 쓰며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서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엄마가 쓰고 아들이 그림을 그린 동시집엔 공부의 어려움, 바른말 쓰기, 외둥이 편견, 체험 활동 등 생활밀착형 소재가 가득하다. 교훈적이거나 마냥 동심을 미화하지 않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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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욕을 내뱉은 아들도 마냥 꾸짖지 않는다. 아들은 자신의 귀에 대고 ‘개새끼’를 ‘넣어주는’(들려주는) 친구 이야기를 꺼내며 자기도 욕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엄마의 응수는 이렇다. “귓속에 강아지가 사니까/귀지 파도 귀가 간질간질//참다 참다/결국 입 밖으로 내보냈어/민이가 내 귓속에 넣어준/강아지 한 마리//”
인터뷰 중 혼자 사진 찍기 쑥스럽다는 엄마를 ‘구하기’ 위해 재경 군이 왔다. 엄마보다 한 뼘이나 키가 더 큰 아들은 “시집을 받고서 재밌고 기뻤어요. 엄마가 제일 자랑스러워요”라고 했다. 성 시인은 “엄마가 감정 조절을 못하면 자녀에게 잔소리를 쏟아내기 마련인데, 나는 시로 풀었기에 아들을 많이 혼내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이 큰 성공을 못 해도 좋아요. 엄마가 아들이 조금씩 성취할 때마다 크게 기뻐했다는 것만 알아주면 좋겠어요. 평범하게 자라는 것이 잘 자라는 거에요. 자녀가 스마트폰을 얼마나 쓸지 같은 평범한 고민을 하게 해준 아들이 고마워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