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부부에게 사랑법을 묻다/정창권 지음/286쪽·1만5000원·푸른역사 ‘조선의 부부에게…’를 쓴 정창권 교수
“결혼해서 살아가는 데 ‘원리’나 ‘이상’이 없어졌어요. 나름의 원칙이 있으면 삶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부부생활도 중심이 서 있으면 극한상황도 극복할 수 있어요. 그 중심을 찾다 조선시대 부부를 조명하게 됐습니다.”
이 책은 각종 문헌에 드러난 조선 중기 이황 유희춘, 조선 후기 이광사 박지원 서유본 심노승 부부 등의 일상을 탐색하면서 ‘사랑법’을 찾는다. “‘조선’ 하면 남성 중심적, 권위적 부부관계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중시해 부부간에 서로 배려하고 존중한 시대였어요. 소통도 중시해 평소에도 끊임없이 편지와 시를 주고받았죠.”
사별한 남편에게 보내는 ‘원이 엄마’의 편지도 눈길을 끈다.
“아들 원이를 두고 요절한 남편을 그리며 쓴 ‘원이 엄마 편지’가 420년이 지난 1998년 발견됐었죠. 특이하게도 남편에게 ‘자네’라는 말을 사용했어요. 문장을 끝맺는 말투도 친구에게 쓰는 ‘∼소’ ‘∼네’예요. 부부가 동등했던 거죠.”
조선 중기 학자 오희문의 일기를 보면 “아내가 가사를 돌보지 않아 한참 입씨름을 했다”는 등 요즘 부부 싸움 중 나올 법한 상황이 연출된다. 조선 초기 남자가 처가에 들어가 사는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 풍습도 동등한 부부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야말로 장가를 ‘가는’ 것이었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삶이 척박해지고, 성리학 중심으로 사회 질서가 변하면서 부부관계가 수직화됐죠. 일제강점기 일본 특유의 가부장적 문화가 들어와 권위적인 남편이 고착화된 겁니다. 요즘에는 ‘우리 부부는 가깝다’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해요. 부부는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은근하게 포용해주는 마음을 잃었다고 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