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마다 학부모-학생 발길 늘어
드라마 ‘미생’으로 시작된 바둑 열풍이 최근 초등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집중력과 사고력 향상 등 바둑의 교육효과가 재조명되면서, 수년간 한산했던 동네 기원과 바둑도장에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구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바둑을 두며 공부하는 모습. 동아일보DB
● 드라마 인기에 ‘뇌 발달’ 효과 재조명
바둑의 교육 효과는 예전부터 실험으로도 증명됐다. 명지대 바둑학과와 서울불교대학원대 뇌과학과 학생들은 2009년 바둑학원에 다니는 학생 20명과 그렇지 않은 학생 20명의 뇌파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바둑을 배우는 학생들의 뇌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뇌보다 뇌파 활성화 정도가 더 높았다. 바둑을 둘 줄 아는 학생들의 뇌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뇌보다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뜻이다.
최근 학부모와 초등생 사이에서 바둑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2000년대 시들했던 바둑의 인기가 지난해 드라마 ‘미생’의 흥행을 계기로 다시 인 것. 성인들 사이에서 퍼진 바둑 인기는 최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퍼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명지대 이세돌 바둑학원’에는 지난해 말과 올 초 사이 학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이 학원 김아람 원장은 “자녀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싶다는 문의가 지난해 초에 비하면 3∼4배는 늘었다”며 “처음에는 아이만 등록시켰다가 나중에는 부모도 같이 등록해 바둑을 배우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학원에서는 60여 명의 유치원생, 초중고교생이 바둑을 배우고 있다.
김 원장은 “바둑을 전혀 둘 줄 모르는 아이가 교육받기 시작하면, 일단 예절부터 배운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처음에 바둑판을 앞에 놓고 대국자(상대)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천천히 돌을 집어 바둑판에 올려놓는 법을 배운다. 대국 중에는 떠들거나 소란을 피워선 안 되고, 상대의 주의를 방해하는 산만한 행동도 할 수 없다. 김 원장은 “집중력 부족으로 식당이나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기 일쑤이던 아이들도 바둑을 배우고 한두 달 지나면 분위기부터 싹 바뀌곤 한다”고 말했다. 이후 포석, 사활, 전투, 집짓기 등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히 계산력과 집중력도 강해진다.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는 설 연휴 한 TV프로그램에 나왔던 ‘바둑 신동’ 김은지 양(8)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양은 초등학교 2학년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바둑 고수들을 연이어 이겼다. 같은 또래의 수학, 과학 영재들과도 문제 풀이 과정에서 결코 밀리지 않으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프로그램을 본 학부모 이은옥 씨(38)는 “수학, 과학 영재는 어렸을 때 머리가 타고나는 측면이 큰데 바둑은 배워서 스스로 개발하는 측면이 큰 것 같다”며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이들에게도 가르쳐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