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서시’에서)
이해인 수녀가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열림원)을 냈다. 16년 전 출간했던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의 개정판이라지만 신작시 35편도 함께 묶여 110편의 작품이 실린 시집은 두툼하다.
2008년 암 수술을 받고 투병 생활을 겪은 그다. 새로 실린 작품 중에는 병마와 벗한 경험을 짐작케 하는 시편들이 보인다. 가령 ‘병원에서’ ‘아픈 날의 일기’ 등이 그렇다. ‘병원에서 나의 소망은/ 나날이 작아지고 있네// 그저 숨을 쉬는 것만도 감사하면서/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네’(‘병원에서’) ‘내 몸속에 들어간/ 독한 약들이/ 길을 못 찾고/ 헤매는 동안 나는 아프고// 내 혼 속에 들어간/ 이웃의 어떤 말들이/ 길을 못 찾고/ 헤매는 동안/ 나는 슬프고’(‘아픈 날의 일기’에서).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