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 결정짓는 요소에 GDP 효과는 부분적… 사회적 가치가 훨씬 더 중요 2013년 한국인 행복 순위 41위, 한국사회 질적수준 OECD 28위 이젠 ‘GDP 성장’ 집착 탈피 국민 눈높이에서 발전 측정할 대안적 지표 마련, 정부 나서야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러한 GDP 개념을 고안한 사이먼 쿠즈네츠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전쟁과 대공황이 휩쓸고 지나간 후 경제 재건이 최고 가치가 된 1930년대 상황을 잘 반영한 지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GDP는 더이상 사회 발전의 잣대가 될 수 없다. ‘시장 가격’으로 따지기 어려운 환경 공정성 신뢰 평등 사랑 등의 소중한 ‘사회적 가치’들이 모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비경제적 가치를 가늠해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유엔에서 발표한 2013년 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 순위는 멕시코 브라질 태국보다 낮은 세계 41위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행복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GDP의 효과는 부분적이었다. 원만한 사회관계, 건강수명, 자유, 포용성, 투명성 등이 국민행복에 훨씬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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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는 다양한 수준에서 GDP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엔은 ‘2030년으로 가는 존엄한 경로’ 보고서를 통해 향후 15년간 환경적으로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으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OECD는 지난 10여 년간 ‘GDP를 넘어’ 사회 발전을 측정할 수 있는 계정을 만드는 노력을 해 왔다.
선진국들의 노력도 활발하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GDP 개념을 보완하여 국민 눈높이에서 발전을 측정할 수 있는 대안적 지표 마련에 시동을 건 바 있다. 호주와 캐나다 정부는 국민 웰빙 측정을 목표로 통계 프레임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네덜란드 통계청은 GDP 이외에 인적자본과 자연자원, 그리고 사회자본을 포괄하여 그 저량(stock)과 유량(flow) 변화를 추적하여 지속 가능성을 측정하는 새로운 국민 계정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들의 변화도 눈에 뜨인다. 이윤 추구에 몰두한 후 파생된 부작용을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후적으로 수습하는 전통적 ‘사회적 책임’ 모델 대신, ‘공유가치 창출’을 통해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실현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윤을 결합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공유경제 등 ‘사회적 경제’ 영역이 커지면서 경제적 가격에 ‘사회적 가치’를 보탠 회계 계정을 만들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통계 인프라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국민 웰빙과 그 결정 요인을 측정할 토대가 되는 정례적 사회 조사와 데이터 아카이브는 소중한 공공재지만 모두의 관심 밖이다. 국민행복을 내세우는 정부 여당도, 그 허물을 탓하는 야당도,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는 지방정부도 정작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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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