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19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하는 정통 정보맨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1970년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김영삼 정부 때는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국가안전기획부 제2차장을 3년간 맡는 등 27년간 줄곧 해외 업무만 담당했다. 그가 정보기관의 수장을 맡기엔 비교적 고령(75세)이라는 점과 오랫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자가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국정원을 대북(對北) 정보기관답게 개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거 중정이나 안기부 시절 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은 노골적이었다. 이 후보자는 해외 업무만 맡았기 때문에 과거 중정과 안기부의 국내 정치 개입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두 번째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례에서 보듯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은 조직 문화와 관련이 있을 만큼 뿌리 깊다. 이 후보자는 평소 “국정원 정치 개입이란 엄밀히 말하면 국정원장 개인의 정치 개입이고 정보기관은 국내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혀 온 만큼 이를 실천해 보이는 게 국정원 개혁이 될 것이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정보기관의 수장에 낙점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내부 출신으로 첫 국정원장에 오른 김만복 전 원장은 안보 관련 최고 책임자라고 믿기 어려운 자격 미달의 행태를 보였다. 정보기관의 수장에 자격 미달의 사람들이 임명되면서 국정원 내부의 기강 해이와 정보 역량 약화로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맨의 명예를 걸고 ‘강한 국정원’으로 조직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그 첫걸음은 국내 정치와 완벽하게 절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