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낮은 일자리 위주로 늘어난 탓
비정규직 등 임시직 근로자의 지난해 실질임금이 4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수는 늘었지만 주로 장년층이나 고령층 취업자가 종사하는 질 낮은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임금 상황도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시직 근로자 월평균 실질임금은 127만2000원으로 전년(127만9000)보다 0.5% 줄었다. 임시직의 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은 2010년(―4.4%) 이후 처음이다. 실질임금은 근로자가 받는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환산한 것으로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낸다.
실질임금은 고물가 상황일 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는데도 실질임금이 하향세를 보이는 것은 일자리 대란 속에서 질 낮은 일자리라도 구하려는 취업 희망자가 늘면서 이들의 경쟁이 임금 상승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는 53만3000개로 2002년(59만7000개) 이후 가장 많았지만 이 가운데 82.4%(43만9000개)가 50세 이상 연령층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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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소득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 소비가 위축돼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부터 우선적으로 실질임금을 개선하는 등 정부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