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마신 유엔 중국대표부 참사관, 린제이 로이드 조지부시연구소 국장,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그렇다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대규모 기아, 고문 같은 인권 침해가 미국의 대북 제재 때문이란 말인가. 동의할 수 없다.”(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25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북한 인권 문제 좌담회’에서 중국 외교관과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간에 보기 드문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좌담회는 빅터 차 한국석좌와 린제이 로이드 조지부시연구소 인권담당 국장을 초빙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1년의 의미와 북한 인권 문제의 향후 전망을 듣는 자리였다. 두 사람의 좌담회 요지는 “COI 보고서가 발표되고 북한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건의하는 강화된 결의안이 유엔 총회를 통과한 2014년은 북한 인권 이슈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해였다. 2015년에도 그 모멘텀(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다소 평의한 내용.
이에 빅터 차 한국석좌는 “당신의 주장에 정중하게(respectfully) 동의하지 않는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북한의 고립은 1950년대부터 북한 정권 스스로 선택해온 결과”라며 “대북제재는 북한의 (죄 없는) 주민이 아닌, 권력 엘리트층을 겨냥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북한 주민들이 기아로 고통 받을 때 미국 일본 등이 대규모 식량 지원한 사실을 모르느냐”고 말했다. 이어 “물론 미국의 대북정책이 완벽하지는 않다. 북한에 대해 ‘한순간에 모든 핵과 미사일을 전부 다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요구는 비현실적이란 걸 미국도 안다. 북한의 문제는 ‘변화와 진전을 향한 작은 발걸음(a small step)’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빅터 차 한국석좌는 “그래도 미국의 대 쿠바 미얀마 이란 정책보다 대북정책이 소극적인 것 같다”는 다른 방청객의 질문에 대해 “나는 버락 오바마 정부를 대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현 정부도 대북 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러나 북미 관계에 진전이 없으면 늘 미국이 비난을 받는다. 미국이 (북한보다) 더 큰 나라이고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의 대북정책은 지난 25년 간 ‘북한이 핵 개발만 포기하면 경제적 지원, 외교관계 개선 등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북한은 ‘경제발전과 핵 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 노선’을 포기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미 양국 간 근본적인 괴리가 너무 크고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린제이 로이드 국장은 “북한에 외국 기업이 많이 진출하면 인권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방청객의 질문에 “북한 인권 상황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 주민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비즈니스 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