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별로 문열고 기업생태계 조성 착수 정부·대기업, 중기·벤처 손잡고 미래견인
지난해 9월 대구 동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술로, 제품으로,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꿈의 차고’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전 세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든 기업들이, 첫 시작은 작은 차고에서 시작해 창업생태계의 도움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각 시도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기업과 짝 지어준 것은 민간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테크노파크나 창업보육센터 등 정부 예산만으로 추진했던 공공사업들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대기업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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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民官)이 손잡고 창조경제 육성
민관이 손을 잡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첫 출발은 대구에서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대구센터에서 200억 원의 펀드를 조성해 창업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은 대구센터의 ‘크리에이티브랩’에 스마트폰 스마트TV 3D프린터 등 테스트용 기자재 236점을 설치했다. 앱 개발업체들은 삼성 측 멘토의 도움을 받아 기자재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대구센터를 열면서 스마트TV 관련 기술벤처인 부싯돌, 에이투텍과 기술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벤처투자도 전자부품 제조사인 티피에스, 자동차부품 업체 성진포모와 지분 투자 및 공동 기술개발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기업의 자본 및 기술, 생산·마케팅 능력이 각 지역의 ‘숨은 보석’을 찾아내 해외 진출까지 이끌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 운영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등을 대구창조센터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창업자들에게 10만∼15만 달러(약 1억∼1억6500만 원)의 종잣돈을 지원해 3개월 안에 시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글로벌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삼성전자가 든든한 지원자를 자청하면서 대구에선 하이테크 섬유, 자동차 융합 부품, 지능형 기계 등의 분야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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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센터는 예비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실제 제품을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경북 포항시 포스텍(포항공대) 내 ‘포스텍 C5’ 건물 5층에 연면적 1980m²(약 600평) 규모로 조성됐다.
LG그룹이 충북도와 힘을 합쳐 개소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특허 2만9000여 건을 개방해 기술력은 있지만 특허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을 키워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또 향후 3년간 총 1조6000억 원을 투자해 충북을 ‘뷰티’ ‘바이오’ ‘제로에너지’ 등 차세대 성장동력 메카로 키워낼 계획이다. 충북센터에는 이들 특허를 관리할 ‘IP(지식재산) 서포트존’이 개설된다. IP 서포트존에는 전체 특허가 데이터베이스(DB)화돼 있어 각 중소·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산업정책 전문가들과 대기업들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단순히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대기업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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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역시 대구센터에서 벤처기업들이 개발한 앱을 자사의 스마트TV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가장 필요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효성그룹도 전북 전주센터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1조2450억 원을 투자해 탄소를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거대한 창업국가로 변모해 일자리와 부를 만들어내는 데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