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우리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3월의 눈’을 만들어가야죠”

입력 | 2015-02-24 03:00:00

연극 ‘3월의 눈’에서 두 번째 부부호흡 배우 신구-손숙 씨




2013년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이어 연극 ‘3월의 눈’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 신구와 손숙 씨. 이들은 “1970년대 국립극단 단원 시절부터 알고 지내며 40여 년간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인 만큼 진짜 부부 못지않은 호흡을 선보일 것”이라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꽃할배’와 ‘꽃할매’가 만났다.

원로 배우 신구 씨(79)와 ‘꽃할매’ 손숙 씨(71)가 국립극단의 봄 레퍼토리 연극 ‘3월의 눈’ 무대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3월의 눈은 국립극단 원로 배우 고 장민호 씨(1924∼2012)와 백성희 씨(90)를 위해 2011년 쓰인 헌정 연극이다. 오래 묵은 한옥을 배경으로 아내를 하늘로 보낸 남편 장오, 죽은 뒤에도 남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 이순의 하루를 담백하게 그렸다. 배우들의 감정과 움직임은 과하지 않고 담담하다. 그 기름기 없는 연기가 공연 내내 관객에게 처연함과 뭉클함을 전하며 눈물을 쏙 빼놓는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에서 신 씨와 손 씨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2011년 장민호 백성희 씨가 주연을 맡은 ‘3월의 눈’ 초연을 봤다. 손 씨는 “초연을 관람한 뒤, 연출을 맡은 손진책 감독에게 ‘백 선생님이 더이상 이순 역을 맡지 못하면 내가 맡고 싶다’고 얘기했다”며 “백 선생님의 역할을 잇고 싶다는 욕심과 후배로서의 의무감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신 씨는 “올해가 4번째 공연인데, ‘꽃보다 할배’(tvN 예능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한 박근형도 이전에 장오 역을 한 적이 있다. 내심 ‘언젠가 나도 불러주겠지’ 기대를 했었다. 특히 손숙과 함께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손 씨는 손 감독에게 이순 역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함께 출연하고 싶은 배우도 ‘콕 찍어’ 부탁했다. “그때 꼭 신구 씨랑 하고 싶다고 했지.”

손 씨가 신 씨와 함께 하고 싶다고 밝힌 이유는 뭘까.

“50년 넘게 배우 생활 하면서 난 신구 씨처럼 사람 놀라게 하는 배우를 본 적이 없어. 이번에도 첫 대본 리딩을 2월 6일에 하고 3일 뒤 첫 연습 때 대본을 통으로 다 외워 온 거야. 남들 다 대본 보면서 하는데 말이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성실함은 정말 따라올 사람이 없어.”

신 씨는 “3일 만에 대사를 다 외워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웃었다. 15일부터 시작된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 촬영 때문에 10일간 연습실을 떠나 있어야 했기 때문. 신 씨는 “한동안 연습에 동참할 수 없는지라 미안한 마음이고, 이를 보충하고자 대본이라도 먼저 외운 것”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두 노(老)배우에게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보여 달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신구 씨는 그냥 서 계셔도 그런 느낌이 나와.”(손숙)

“에이 무슨. 이 작품이 요구하는 장오의 내공이 배우의 몸에 들어와야 가만히 있어도 발산이 될 수 있는데, 매우 어려운 연기지.”(신구)

50년 넘게 무대에 서 온 베테랑 배우들이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치열했다. 두 배우는 “초연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신구, 손숙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3월의 눈을 조금씩 만들어가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한국 나이로 올해 여든인 신 씨는 인터뷰 전 3시간가량 홀로 맹연습을 했다. 손 씨는 16일까지 약 보름간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어머니’를 공연하면서 3월의 눈 연습을 병행했다. 두 노배우는 “우리가 롱런할 수 있었던 건 체력이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씨는 “40년 전부터 일주일에 5일은 하루 2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고 있다”며 “연기의 기본인 체력을 관리한다는 건 배우로서 책임감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씨도 “연극을 1년에 꾸준히 4편 정도 하는데 지난해엔 지방 12곳을 돌며 공연했다”며 “아침에 매일 라디오 방송도 하고 있고, 내겐 삶이 곧 운동”이라고 말했다.

3월의 눈은 다음 달 13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1만∼5만 원. 1688-596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