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女주인 전해윤씨 3년째 대접… 쪽방촌 박동기씨, 합동차례 거들어
안내문을 붙인 사람은 종로구 인사동에서 종로포차를 운영하는 전해윤 씨(60·여). 그는 3년 전 이곳에 포장마차를 낸 뒤 매년 설마다 자비를 들여 어려운 이웃에게 떡국을 대접해왔다. 어릴 때 꿈꿨던 양로원 운영 대신 그가 선택한 봉사의 길이다. 전 씨는 음식 준비는 물론이고 안내문 붙이기, 현수막 제작 등 모든 일을 혼자서 하고 있다.
이날 전 씨가 무료로 대접한 떡국은 약 420그릇. 평소보다 넉넉히 준비했는데도 전 씨는 “너무 부족하다”며 미안해했다. 떡국 대접에 든 비용도 한사코 밝히기를 꺼렸다. 그 대신 “올해부터는 추석에도 비슷한 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례상 차리기가 끝난 뒤 주민 50여 명이 돌아가며 절하는 모습을 보며 박 씨는 “한 평 남짓한 방에서 사는 쪽방촌 이웃들이 이렇게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건강도 잘 챙겨서 앞으로도 합동차례상을 직접 차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newstart@donga.com·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