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수환 추기경 6주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정성환 신부의 회고
모자이크로 만든 김수환 추기경 그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본부장인 정성환 신부. 그는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 이후 장기기증운동이 활성화됐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 새 참여가 부진하다”며 “생명 나눔의 필요성에 대한 조기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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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명동성당의 젊은 신부는 고민이 많았다. 이 무렵 노동자와 빈민, 대학생들이 명동성당으로 가는 언덕에서 자주 농성을 벌였다. 신자들의 미사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농성자들의 주장을 평화적,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언덕 사목’은 그에게 큰 짐이었다.
“정 신부, 힘들지. 그런데 저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 메신저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요.”
고민하던 정 신부는 거의 매일 농성자들과 소주잔을 나누며 대화를 나눈 뒤 오전 2시부터 글을 썼다. 서울대교구 소식을 인터넷으로 전하는 굿뉴스에 실린 ‘명동성당 농성일지’였다. 이 글은 7개월 이상 계속됐다.
정 신부는 2002년 당시로서는 생소한 병원 사목에 뛰어들었다. 가톨릭 신자가 10% 미만에 기업적 가치가 강조되는 병원 분위기는 성당과 달랐다. 그는 자신을 위한 자리가 없다는 좌절감에 시달렸다. 고민에 빠진 그는 추기경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SOS’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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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일을 어제처럼 떠올리던 정 신부의 눈가가 붉어졌다. “특별히 추기경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저으며 “주변의 많은 동료 사제들이 추기경께 고민을 말하면 꼭 응답을 주셨다”고 했다.
그런 김 추기경도 말년에 일부 사제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원로인 함세웅 신부는 2004년 김 추기경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 자제를 요청하자 “시대착오적”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사제단이나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에서 활동하는 사제들 모두 고유의 판단과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다양함이 건강한 것이죠. 중요한 것은 추기경이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마저 웃으며 반겨 맞았다는 거죠. 또 누구보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려고 노력한 분입니다.”(정 신부)
서울대교구는 16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천주교용인공원묘원에서 김 추기경의 6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도 14, 15일 명동대성당 주변에서 장기기증 희망 등록 캠페인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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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