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은 올해 우리나이로 마흔이 됐다. 그러나 노장 투수는 여전히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최강팀 삼성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투수였고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은 임창용이지만 새 시즌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김현욱(작은사진 오른쪽) 코치와 함께 완벽한 몸을 만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39세 삼성 소방수 임창용이 꾸는 꿈
日 정복 꿈 키운 약속의 땅 오키나와
진짜 임창용 보여주려 캠프서 구슬땀
작년 우승 했지만 블론S·방어율 미흡
야구하면서 주인공이었던 적 없는데
목표는 38S…구원왕 한번 더 해야죠
“은퇴 전에 구원왕 한 번 더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 완벽히 준비된 몸, 지난해보다 낫다
지난해 2월. 임창용이 시카고 컵스에서 메이저리그 진입을 다시 노리던 시기다. 스프링캠프에서 실력을 보여 주려면 몸을 빨리 완성시켜 놓아야 했다. 임창용은 “작년 이맘때쯤에는 몸이 이미 100%로 올라온 상태였다. 천천히 몸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올해는 다르다.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리면 된다. 괌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윤성환, 안지만 등 친한 후배들과 미리 괌에 도착해 개인훈련도 했다. 임창용은 “수술(2012년 7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2년간 풀타임을 치러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한 시즌을 보낸 게 내게는 좋은 경험이었다”며 “작년에는 몸도 좋지 않은데 급하게 훈련하다 보니 시즌 때 힘든 부분이 있었다. 지금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천천히 하나씩 차분하게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구원왕 타이틀도 노린다
임창용은 지난해 붙박이 소방수로 활약하면서 31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블론세이브가 많았고 방어율이 높아서 마무리투수로서 미흡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개막 직전에 완벽하지 않은 몸으로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으니,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그 전에 3년 연속 우승하고 내가 복귀한 해에 우승을 못했다면 팀에 괜히 미안했을 것 같다”며 “지난 시즌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도, 좋았던 것도 모두 많았지만, 무엇보다 팀이 우승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래서 올해는 진짜 임창용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은퇴하기 전에 구원왕 타이틀은 꼭 한 번 더 가져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게임수가 늘어났으니, 올해 37∼38세이브 정도 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괜한 호언장담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임창용에 대한 주변의 신뢰가 모두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자신감이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더 강한 임창용 기대”
코칭스태프와 후배들도 임창용에게 든든한 지지를 보낸다.
류중일 감독은 “임창용이 없었다면 작년에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다. 임창용이 우리 팀에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삼성의 1순위 소방수는 임창용이라는 얘기다. 김태한 투수코치도 “임창용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됐지만 몸 상태만큼은 젊은 투수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다”며 “올해 작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거가 있다. 임창용의 훈련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후배 차우찬은 “요즘 임창용 선배가 공 던지는 모습을 보면 아무도 마무리투수 자리는 넘보지도 못할 것”이라며 “작년에도 좋으셨지만 올해는 훨씬 더 강해지신 것 같다”고 감탄했다.
● 또 한 번 주인공이 된다
삼성이 쓰는 아카마구장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임창용이 제 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우라소에구장이 있다. 일본의 친정팀 야쿠르트의 전지훈련지다. 임창용은 “아직도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우라소에 야구장의 이곳저곳을 처음으로 봤을 때의 느낌,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여기 오키나와에서 내가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지금도 가끔씩 떠오른다”고 했다. 바로 그곳에서 강속구를 뿌리며 찬란한 꽃을 피웠던 임창용은 지금 한국프로야구 최강팀 삼성으로 돌아와 의미있는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