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KIA 최희섭은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 야구를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98학번 동기인 LG 박용택(오른쪽)도 최희섭이 영혼을 바쳐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 중 한 명이다. 사진|스포츠동아DB·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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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 넘나드는 최희섭-박용택의 우정
박용택, 김기태 감독 정보 장문의 문자로 전송
최희섭 “스스로 인정 받겠다” 일부러 안 읽어
서로 격려하는 고려대 98학번 동기 사랑 눈길
KIA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캠프에 한창이다. LG도 미국 애리조나에 1차 캠프를 차렸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까마득한 거리감, 게다가 시차도 낮밤이 뒤바뀌어 있다. 그러나 두 사나이의 우정은 시공간의 격차를 뛰어넘는 지점에서도 맞닿는다. KIA 최희섭과 LG 박용택, 서른여섯 양띠 동갑의 17년 우정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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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은 친구의 빠른 적응을 위해 ‘김기태 코드’를 알려주려고 했다. 김 감독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최대한 정보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최희섭의 반응은 의외였다. “용택이 문자를 (일부러) 잘 읽지 않았다.”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는지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최희섭은 “여태껏 단 한번도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야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저 ‘내 야구’를 보여줌으로써 감독에게 인정받으면 되는 것이지, 정치적 처신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일이라고 믿었다.
다행히 김 감독은 최희섭의 야구하는 자세를 인정해줬다. 최희섭은 배려에 감사하고, 보답하고 싶어 한다. 박용택이 주려 했던 ‘답안지’를 보지 않고도 최희섭은 김 감독과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희섭이 야구를 향한 영혼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금, 박용택은 태평양 건너편에서 또 다른 격려 문자를 보내왔다. “친구야, 독해져라.” 이에 오키나와의 최희섭은 이렇게 답문을 보냈다. “친구야, 독해지기에는 내가 지금 너무 (야구가) 재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