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두달째 0%대라도 장바구니 물가 높아 체감못해 2014년 취업자 2.1% 늘었다지만 대부분 5060… 청년실업 치솟아
3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8% 오르는 데 그쳐 두 달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유가 하락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국민은 저물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높은 탓이다. 돼지고기(10.5%), 쇠고기(5.2%), 상추(58.0%), 부추(84.2%), 하수도료(4.7%), 고등학생 학원비(3.7%), 중학생 학원비(2.7%) 등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많게는 80% 이상 올랐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유가 하락이 실제로 생활비 부담 감소로 이어질 때 비로소 국민은 저물가를 체감할 수 있다”며 “저물가를 실감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디플레이션 논쟁은 멀게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수지의 경우 지난해 흑자가 894억2000만 달러(약 98조260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표정은 어둡다. 내막을 살펴보면 수출이 잘돼서라기보다는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수출에 의존하던 성장엔진은 식어 가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3년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37.7%로 2012년(51.0%)보다 13.3%포인트 하락했다. 2008년(20.1%)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용 역시 수치상으로는 훌륭하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013년보다 2.1%(53만3000명) 증가해 2002년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나빠졌다. 신규 취업자의 82.3%가 50, 60대였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구직 활동에 나서면서 비정규직 취업이 증가한 결과다. 반면에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9.0%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취업 연령층 자녀를 둔 국민이 고용 증가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의 실업률도 3.4%로 8% 안팎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실업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치였지만 이를 체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고시 준비생, 구직 단념자 등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는데도 공식 실업 통계에서 빠져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한국의 ‘사실상 실업률’은 11.2%까지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치에 매몰될수록 국민과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연말정산 파동이 대표적이다. 연말정산 논란이 일자 정부는 “연봉 70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추가 세 부담이 평균 2만∼3만 원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합리적 수치라고 생각했지만 세 부담 증가를 ‘꼼수 증세’로 받아들인 국민의 반발에 부닥쳤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대외적으로 비치는 경제지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지표 뒤에 숨겨져 있는 현상과 문제점을 파악해 그에 맞는 맞춤형 정책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