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규제’에… 2층 높이 168cm 그쳐 성인男 불편
지난달 31일 경기 안산시 중앙역과 대부도를 오가는 300번 노선에서 운행 중인 이층버스. 이달 8일까지 수도권 3개 노선에서 이층버스가 시범 운행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 ‘이층버스’ 규정 놓아둔 채 도입에만 급급
지난해 입석금지 대란 이후 국토부는 이층버스 도입과 환승거점 정류장 구축, 49인승 버스 확대 등 세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 것이 이층버스 도입이다. 현재 광역버스는 대부분 39∼41인승인데 해외 이층버스는 65석에서 96석까지 다양하다.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시범운행에 이용한 이층버스는 79석. 어떤 차종을 들여오더라도 41석 기준으로 탑승인원이 1.5∼2.3배 늘어난다.
광고 로드중
이층버스 도입을 원하는 경기도와 인천시의 의견에 국토부도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차종과 규격에 따른 법개정 논란이다. 국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은 버스 높이를 4.0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층버스라도 4m까지만 운행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이 버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도로에서 1층 바닥까지 최소 34cm가 확보돼야 하고 1층 내부 높이는 1.8m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에 2층 바닥과 천장 두께 등을 고려하면 2층 내부 높이가 1.68m를 넘기 힘들다. 대부분의 성인 남성은 물론이고 웬만한 여성과 청소년도 고개를 숙인 채 버스 안에서 이동해야 한다. 해외 이층버스의 높이는 4.0∼4.4m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도로가 4m 높이에 맞춰져 있고, 정규 노선이라도 시위 등으로 이탈할 수 있어 안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개정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토부 주장의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 도로표지와 차도의 시설한계 높이, 전광판 표지 등은 모두 4.5m 이상 설치토록 규정돼 있다. 경기도의 3개 노선 이층버스 시범운행 때도 문제가 된 곳은 서소문 고가차도 한곳뿐이었다. 서울시립대 김영찬 교통공학과 교수는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데 걸리는 게 있으면 조금만 정비하면 된다”며 “비싼 돈 들여 무용지물로 만들지 말고 현실적으로 법개정하면 될 일을 국토부가 너무 몸을 사린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층버스의 전복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기울기 검사 등 충분한 안전실험을 거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거세다. 눈이 많이 내려 빙판길이 많은 북유럽과 캐나다에서도 이층버스가 운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비싼 가격은 문제다. 국내 자동차업체가 생산하는 광역버스가 대당 1억6000만 원 안팎인 데 반해 해외 주문제작인 이층버스는 4억∼7억 원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광역버스 가격을 초과하는 비용은 국도비와 시군비를 보조할 방침”이라며 “연료가 광역버스에 비해 30%가량 더 들지만 2배의 수송능력을 감안하면 저비용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 재탕 삼탕 정책에만 집착
광고 로드중
최근에는 45인승, 49인승의 버스도 투입되고 있다. 조만간 버스의 길이를 13m까지 늘려(현재 11.5m∼12m) 53인승도 투입할 예정이다. 49인승을 이용해본 승객 중에서 “비행기 이코노미석처럼 불편하다. 같은 돈을 내고 왜 무릎이 닿는 차를 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최임광 전 서울시 교통운영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갑작스러운 입석금지나 4m로 제한하는 이층버스 도입 모두 졸속이다. 시간을 갖고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이제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현 bibulus@donga.com·박희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