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토종거포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전광인(24·한국전력)은 요즘 상복이 터졌다. 지난시즌 신인왕인 전광인은 지난 달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지난 달 말에는 4라운드 MVP로도 선정됐다(상금 100만 원).
2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난 전광인은 “혼자 잘해서 MVP가 된 게 아니다. 올스타전 상금은 통장에 입금되는 대로 상품권으로 바꿔 함께 뛴 올스타 팀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똑같이 나눠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4라운드 MVP 상금으로는 한국전력 팀 선후배들을 위해 조촐한 피자 파티라도 열 계획이다. 인성도 훌륭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건 실력이다.
●꼴찌의 반란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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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광인을 중심으로 팀을 재건하면서 올 시즌엔 승리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1일에는 선두 삼성화재마저 꺾으며 팀 창단 후 최다인 5연승을 내달렸다. 4일 열리는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승점 3점을 더하면 대한항공을 넘어 3위에 오를 수 있다.
전광인은 “작년에는 많이 지다보니 시즌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선다.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말했다.
한국전력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은 2011~2012시즌 기록한 18승 18패였다. 당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현대캐피탈에게 져 탈락했다. 올해는 역대 최고 승률과 함께 팀 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한다. 전광인은 “나도 팀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처럼 연승 분위기를 탄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을 배구는 물론이고 마지막까지 남는 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신진식 코치님께 부끄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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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인은 “쥬리치와 (서)재덕이 형 등으로 공격이 분산되면서 지난 시즌보다 내게 오는 공격 기회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공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더 집중하고 정성들여 공을 때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잘한다. 잘하는 정도라 아니라 좋아하기까지 한다. 공격수인 그가 꼽는 롤 모델은 특이하게도 현대캐피탈의 리베로 여오현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같이 뛸 때 선배님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는 세트 상 1.87개의 디그를 기록해 이 부문 9위에 올라있다. 1일 삼성화재와의 경기 5세트에서는 5개의 디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공수를 겸비한 그는 ‘갈색폭격기’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진식(삼성화재 코치)을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둘은 그리 크지 않은 신장에도 높은 점프와 폭발적인 스파이크, 뛰어난 수비 능력을 고루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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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