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 대신에 탈박(탈박근혜) 성향의 유승민 의원이 당선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심(朴心) 대신 민심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이 확정된 이후 “당을 정치와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고 과감하게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최악이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의 격차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으로 분류된 적이 있었지만 할 말은 하는 이미지로 ‘탈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당 의원들이 그를 원내대표로 선택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느끼는 위기의식의 표출이다. 지난해 5월 국회의장 경선과 7·14 당 대표 경선에 이어 원내대표까지 비박(비박근혜) 쪽에서 장악한 것은 새누리당의 당내 분위기가 탈박 쪽으로 분명하게 선회했음을 말해준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 비서진을 ‘얼라’라고 표현할 만큼 청와대에 비판적 인식을 보여 왔다.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는 보수를 자처하지만 경제와 복지 등에서는 개혁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허구”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금기시하는 개헌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 이런 거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 눈높이를 감안한 수준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는 박 대통령이 내세운 경제혁신,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 공무원연금 개혁 같은 과제들을 처리하기에 적기다. 만약 유 원내대표가 사사건건 청와대와 각을 세운다면 이런 과제들의 해결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당 안팎의 합리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정국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