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일 일요일 맑음. 무서운 노래. #143 Dirty Projectors & Bjork ‘Ocean’(2010년)
누군가 내게 역사상 가장 무서운 음악이 뭐냐고 묻는다면, 괴롭지만 난 고전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 저승사자가 악인이 기거하는 방의 미닫이문을 박력 있게 열어젖히는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아아아아악!’ 하는 기괴한 소리에 맞춰 저승사자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그 드라마에서 늘 하이라이트였고, 그때마다 내 심장은 미닫이문보다도 무력하게 제 위치에서 ‘덜컹!’ 떨어져나가는 듯했다.
학창시절엔 괴상한 음악으로 황병기의 ‘미궁’이나 드라마 ‘M’(1994년) 주제가 ‘나는 널 몰라’가 회자됐다. 자정에 ‘미궁’을 틀어놓고 거울을 보면 죽는다는 괴담까지 들어본 것 같다. ‘나는 널 몰라’는 안방극장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파격의 주제가다. 음울한 하프시코드와 신시사이저 연주가 주도하는 악곡 위로 흐르는 건조한 여성 보컬의 노래. 1분 27초부터 1분 51초 사이에 나오는, 음성을 거꾸로 돌리고 낮게 변형한 악마 목소리. 극적인 피날레. 유튜브로 오랜만에 듣고 있자니 누군가 OST 음반을 갖고 있다면 만금을 주고라도 구입하고픈 충동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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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보컬 여럿이 하나의 음에서 출발해 제각기 다른 음으로 글리산도(비교적 넓은 음역을 빠르게 미끄러지듯 소리를 내는 방법)해 화음을 이루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이 곡을 난 재밌고 특이한 노래라고 생각했지, 기괴하다고 느껴본 적 없는데…. 어쨌든 그날 이후 많은 반성을 했다. 똑같은 음악도 듣는 이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다를 수 있구나. 과연 악곡에서 청각적 공포를 조장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왜 사람 심리에 그렇게 작용하는 걸까? ‘오션’의 경우, 악곡 전반에 깔리는 불안하고 기계적인 저음과 보컬의 글리산도가 공포의 요소일 것 같다. 어쨌든 ‘마운트…’ 앨범은 해안에 떠밀려온 고래의 사체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앨범 수익금 일부는 해양 환경단체에 기부됐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