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국·사회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이 관여한 과거사 관련 소송을 사후에 부당 수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이명춘 변호사(56)는 28일 오전 검찰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억울함을 다 표현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그 억울함을 들어준 나를 찾아온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부당 수임 혐의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과거사 피해자들을 불쌍하게 생각해 그들의 사건을 수임해 줬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변호사의 이런 행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불쌍해서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유가 감정샘을 자극할지는 몰라도 부당 수임 혐의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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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피해자들을 도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정부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담당했던 사건을 수임하는 ‘선행’은 역으로 과거사 피해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가 맡았던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의 일부 재심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인데, 법정에서 부당 수임 의혹 문제가 분명히 제기될 테고,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임을 염두에 두고 위원회에서 활동해 피해를 과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된다. 이 변호사가 그렇게 돕고 싶어 했던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배상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 변호사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을 위하고 싶었다면 사건 수임 의뢰가 들어왔을 때 다른 변호사를 연결해 줬어야 했다.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했더라도 직전에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을 수임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다. 차라리 돈을 받지 않고 변론을 해줬다면 이 변호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총도 없었을 것이다. 돈도 받고 인간적인 도리도 다하고 싶었다면 그것은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
이 변호사의 ‘연민(憐愍)을 앞세운 정당화’가 오히려 과거사 피해자들의 억울함에 흠집을 내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변종국·사회부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