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연구자들, 대표 실학자 99인 담은 연구총서 9월에 동시 발간
우리나라 대표 실학자 33명에 선정된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 서계 박세당, 순암 안정복, 여암 신경준의 초상화(왼쪽부터). 한국실학학회 제공
책 제목은 ‘한중일 실학사상가 사전(事典)’으로 한국실학학회와 중국실학연구회, 일본동아시아실학연구회의 학자 99명이 참여해 각자 한 명씩 대표 집필을 맡게 된다. 국가별로 33명의 실학자를 선정해 이들의 생몰연도와 가족 관계, 생애, 주요 저작, 핵심 사상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방식이다. 3국 연구자들은 책 출간 직후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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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 실학의 공통점은 체제 전환 혹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근대화를 맞아 주자 성리학의 한계를 깨닫고 개혁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다산과 성호 이익의 실학사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중국 고염무(顧炎武·1613∼1682)와 황종희(黃宗羲·1610∼1695), 왕부지(王夫之·1619∼1692)는 명말 청초의 대표 학자들로 명나라가 망한 이유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제도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
다산이 따로 저작을 구해 읽었다는 일본의 17세기 유학자 이토 진사이(伊藤仁齋·1627∼1705)와 오규 소라이(荻生조徠·1666∼1728), 다자이 슌다이(太宰春臺·1680∼1747)도 주자학을 반대하고 공자 사상의 원류로 돌아가 현실을 개혁하자는 입장이었다.
한국의 대표 실학자 33인 명단에는 다산을 비롯해 연암 박지원과 서계 박세당, 초정 박제가, 이익, 농암 유수원, 풍석 서유구 등 유명 학자들은 물론 빙허각(憑虛閣) 이씨(1759∼1824)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실학자도 포함돼 있다. 이 씨는 19세기 초 ‘규합총서(閨閤叢書)’를 통해 음식 조리부터 누에치기, 옷 짓는 방법, 응급처치, 약물 제조법 등 다양한 실용 지식을 총망라했다.
이와 함께 책에 수록된 손암 원중거(1719∼1790)는 연암학파이자 조선통신사 출신으로 18세기 조선에서 일본학을 개척한 인물이다. 서파 유희(1773∼1837)는 훈민정음 연구를 집대성하는 등 국어사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이 밖에 하곡 정제두(1649∼1736)는 주자성리학에 대한 대안으로 양명학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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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