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택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스포츠동아DB
광고 로드중
■ 토요일 토요일은 축구다
‘한국축구 산증인’ 이회택이 떠올린 아시안컵
내가 선수·감독땐 홀대 받았던 대회
그땐 상대팀 분석은 꿈도 못 꿨다
차범근 뛴 72년엔 우승 기대했는데…
우승 위해 전술만큼 필요한건 믿음
광고 로드중
● 회한의 카타르
-1988년 카타르대회에 갑자기 나서게 됐다.
“포항 감독이던 그해 K리그와 FA컵을 동시에 평정했다. 그래서 축구협회가 1990이탈리아월드컵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대표팀 감독에 욕심이 없었는데, 숙명이었다. 출국 2일 전 대표단을 소집했는데, 진눈깨비로 전혀 운동하지 못하고 떠났다. 솔직히 그냥 월드컵 아시아예선을 준비하자는 생각이었다.”
-당시 멤버 구성이 나쁘지 않았다.
“대학 2학년인 황선홍(현 포항 감독)을 선발했고, 미흡한 준비에 비해 흐름도 좋았다. 조별리그 3전승을 했고, 중국과 4강전도 쉽게 이겼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을 치렀는데, 잘 터지던 득점이 갑자기 나오지 않더라. 0-0으로 끝나 3-4 승부차기 패배를 당했다. 너무 아쉬웠다. 그 때 사우디 팬들이 엄청 몰려왔는데, 팀 호텔 주변과 경기장에서 얼마나 야단을 떨던지 난리도 아니었다.”
-아시안컵이 홀대 받았다던데.
“맞다. 큰 의미가 없는 대회였다. 아마 비중 있게 다뤘다면 선수단 소집도 빨랐을 거다. 오직 월드컵과 올림픽에 신경을 썼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K리그 시절이라 각자 몸 관리를 잘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금세 씻을 수 있었다. ‘이회택호’는 이탈리아월드컵 아시아예선 무패로 본선에 올랐다. 브라질의 명장 페레이라 감독과 자갈로 감독이 각각 이끌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도 쉽게 물리쳤다. 이 전 부회장은 “대표팀 사령탑 데뷔 무대인 카타르아시안컵이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광고 로드중
-어린 시절 아시안컵도 기억하나?
“학생 때였는데, 효창운동장 개장경기로 1960년 제2회 아시안컵이 열렸다. 거의 유일한 잔디구장이었다. 그런데 관리 문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라운드 잔디가 잘 자라라고 인분을 줬다고 하니, 인프라가 영 아니었다.”
-선수 때 아시안컵은 어땠는지.
“1968년 이란대회 예선에 대표선수로 나섰지만 탈락했다. 역시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몸 풀고, 몸 만드는 시간이었다. 그리곤 말레이시아 메르데카대회에서 우승했다. 조금 민망한 기억이다. 차범근(전 SBS 해설위원)이 선수로 나선 1972년 태국대회는 조금 기대했는데, 역시 안 되더라.”
-2000년대부터 아시안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선수 때와 감독 때는 상대국 분석은 꿈도 꾸지 못했다. 원정 친선전도 그렇고. 불러주는 곳도, 갈 곳도 없었다. 정말 ‘우리 것만 잘하자’는 분위기였다. 당연히 조 편성도 별 의미가 없었다. 운 좋으면 대사관 협조로 상대국 경기 영상 1∼2개 받는 정도? 그래도 꾸역꾸역 이기는 걸 보면 우리 선수들이 ‘승리 DNA’가 있는 것 같더라. 특출하지는 않더라도 한 가지 강점은 확실히 갖고 있었으니.”
-이번 결승은 어떻게 될까.
“단장으로 참여한 2004년과 2007년은 과거와 전혀 달랐다. 규모도, 관심도 커졌으니. 앞으로는 더욱 규모가 확대된다고 들었다. 훨씬 치열해질 거다. 흔치 않은 우승 기회가 왔다. 지금은 전술도, 전략도 해답을 줄 수 없다. 모두가 믿고 신뢰할 때 큰일을 낼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