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연예인, 광고주에 잇단 배상 판결… 계약서 ‘품위 유지 의무’ 조항이 족쇄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승연 씨(47)도 최근 비슷한 이유로 광고주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광고주가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계약을 어겼다”며 낸 소송에서 졌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구설에 오른 연예인들에게 법원이 잇따라 광고주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계약서상 ‘품위유지 의무’ 조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품위유지 의무조항은 한마디로 양측이 사고파는 서로의 ‘이미지’가 온전할 수 있도록 맺는 약속이다. 계약마다 문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광고 모델은 광고주나 제품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가 반영된다. 이 때문에 광고 계약 분쟁의 뇌관인 동시에 재판부가 책임 소재와 배상액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서울대 법학과 김재형 교수는 “광고주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과 모델의 사생활 및 행동의 자유가 충돌할 위험이 있을 때 품위유지 의무 약정이 계약서에 기재돼 있는지 여부는 핵심적인 ‘계약서상 분쟁 해결의 지침’이 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품위유지 의무 조항이 존재한다면 유사시 광고주가 감내하게 될 불이익을 광고 모델이 부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연예인 입장에서는 이 조항 때문에 자신의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불만이 많다. 명백한 위법 행위가 없었는데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난 일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계약 시 품위유지 의무 조항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와 같은 모호한 표현보다는 위반 사항들을 최대한 자세하게 정하는 것이 분쟁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