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교육과 산업수요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라 대학이 정원을 조정하도록 하고, 실적이 좋은 곳에 전폭적으로 재정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기초학문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도외시하고,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변질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고용노동부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현재 대학에서 인문사회, 예체능, 자연계열은 초과 양성되는 반면 공학, 의학 계열은 인력이 부족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예비교사들이 너무 많이 공급되고 있다”고 말해 결국 인문사회 및 사범계열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이 정원조정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권역별로 한두 개씩 선도대학을 선정하고, 기존 재정지원사업보다 3배 가량 많은 200억~3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당장 대학가에서는 학문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대학들이 모든 학과의 정원을 비슷한 비율로 줄여왔지만, 이 사업으로 인문사회계열이 1순위로 감축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원액이 많기 때문에 기존에 대학구조개혁에 소극적이었던 대학들도 인문사회계 감축에는 적극 나설 수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산업수요만 따지면 순수학문은 사장될 수밖에 없고 대학은 취업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