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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공제때 독신가구 우대… 연금저축 많아도 혜택 커져

입력 | 2015-01-22 03:00:00

[연말정산 보완책 소급적용]
3월말 전국민 정산결과 분석해 구체적 조정폭 결정… 4월 법개정
없앴던 출산-입양 공제도 부활… 세수 줄어들어 재정 확보 비상
“증세없는 복지는 환상 인정을”… 野는 “법인세 올려야” 목청 높여

공제 확대 어떻게 하나




《 정부와 새누리당이 21일 내놓은 연말정산 보완대책이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시행되면 ‘13월의 울화통’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소지가 큰 세법을 무리하게 시행하다가 국민적 반발에 부닥쳐 법을 중간에 바꾸고 소급 적용하는 과정에서 조세정책의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이번 보완책의 핵심은 세액공제의 틀을 유지하되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연금과 자녀 출산·양육에 쓴 돈의 일부를 공제해 주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세제의 큰 틀은 유지한 채 국민의 요구에 부응했다는 명분은 살렸지만 4월 세법 개정안 마련과 5, 6월 추가 연말정산 과정에서 혼란이 재연될 수 있어 연말정산 파문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 연금 불입액 많은 다자녀 가구 수혜


이번 보완대책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항목은 자녀세액공제액을 늘리고 연금보험료에 대한 공제율을 높이는 것이다.

올해 연말정산(2014년 귀속분)부터 자녀 두 명까지는 한 명당 15만 원씩 돌려받고 자녀가 세 명 이상인 가구는 셋째 자녀부터는 한 명당 20만 원씩 돌려받기로 돼 있었다. 이 세액공제 금액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와 새누리당의 계획이다.

예를 들어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액을 모든 경우에 대해 5만 원씩 높여 자녀가 1, 2명인 가구에 적용하는 자녀 1인당 세액공제액을 20만 원, 셋째 자녀부터 적용하는 공제액을 1인당 25만 원으로 높이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자녀가 3명인 가구의 세액공제액은 당초 50만 원에서 65만 원으로 늘어난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불입액에 대해서는 12%의 공제율을 적용해주고 있는데 이 공제율이 15%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014년 400만 원을 연금에 불입한 사람이 돌려받는 금액은 48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많아진다.

지난해 자녀를 출산했거나 입양한 가구는 출산 및 입양에 따른 세액공제가 신설돼 혜택을 본다. 자녀 한 명당 일정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독신 가구에 대한 표준세액공제 규모를 현행 12만 원보다 높이기로 했다. 독신 가구에 일반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표준세액공제(12만 원)를 적용하면 가족 수가 많은 근로자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 소급적용 시 5월 말∼6월 환급

심각한 당정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해 21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당정회의가 열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당정은 세액공제를 확대한 세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올해 연말정산분에 대해 소급 적용해주기로 했다.

절차는 복잡하다. 근로자들은 이달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연말정산을 해서 3월 10일까지 정산 결과를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내야 할 세금이 있다면 납부하고 환급액도 예정대로 수령하면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연말정산이 완료되는 3월 말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수준별, 연령대별 공제액 분포도를 분석해 구체적인 세액공제 조정 폭을 결정해 세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4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면 5월에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연말정산을 하게 된다.

원래 국세청은 5월에 연말정산을 잘못했던 사람들이 오류를 수정할 수 있도록 수정신고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세법 개정에 따라 세금을 더 돌려받을 사람까지 포함해 5월에 추가 수정신고를 받는 것이다. 추가 신고 후 근로자들은 5월 말∼6월경 실제 환급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액공제 폭이 조정되더라도 자녀장려세제(CTC)나 근로장려세제(EITC)에 1조4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계획은 차질 없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법인세율 인상 없을 것”

세법 수정을 계기로 국가의 재정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게 됐다. 소득공제 체계를 세액공제로 바꾸면 고소득자들에게서 93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당초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다. 2012년 2조8000억 원, 2013년 8조5000억 원에 이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 원 이상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의 중장기적 후유증은 클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진입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향후 복지예산 증가를 피하기 어렵지만 정부와 여당이 세수 확보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처음부터 정부가 복지 확대를 위해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솔직히 밝히고 국민을 설득하는 정면승부를 했어야 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앞으로 재정이 악화됐을 때 향후 어느 정부도 증세(增稅)를 통한 세수 확보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사태 봉합에 나섰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증세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도 일고 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말정산 보완대책에 대해 “성난 민심을 무마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법인세를 인상하는 등의 부자감세 철회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법인세 인상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 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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