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처럼 무명 이정협 발탁하고 수비간격 m단위 지시 등 꼼꼼하고 보도 잘못됐으면 당당히 바로잡고
시작부터가 같다. 두 감독 모두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영입했다. 지휘봉을 잡기 전 관중석에서 대표팀의 경기 관전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 것도 같다. 외국인 수석코치를 두고 3명의 국내 코치진을 구성한 것도 닮았다.
선수들의 자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판박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 외 시간에는 선수들이 무엇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19일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을 때도 오후 10시까지만 숙소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 대신 훈련할 때만큼은 축구에 집중하기를 원한다.
디테일에 강한 점도 닮았다. 히딩크 전 감독은 운동생리학, 스포츠심리학 등 스포츠 과학에 능통해 선수들을 세세하게 관리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만만치 않다. 훈련 때 도구 사이의 거리를 직접 발걸음으로 재 가며 운동장에 놓는다. 상대 선수와의 수비 간격도 몇 m를 유지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그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정확히 실천하게끔 선수들을 꼼꼼히 점검한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 상대 약점과 강점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선수들에게 세세하게 지시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기사를 모두 스크랩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취재진을 향해 얼굴을 붉히는 것도 같다.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전 뒤 기자회견에서 수비수가 자주 바뀌는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부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히딩크 전 감독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히딩크의 마법’이 아닌 ‘슈틸리케의 마법’이라는 표현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멜버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