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아이도 없고 아내도 없다” 우파 사르코지 정부서 장관 지낸 알제리계 여성과 동거 밝혀져
다정했던 순간 7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로 숨진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와 그의 연인 자네트 부그라브 씨의 다정했던 모습. 샤르보니에의 무릎에 앉은 아이는 부그라브 씨가 입양한 딸(3)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캡처
하지만 그에겐 ‘숨겨진 아내’가 있었다. 샤르보니에가 숨진 뒤 TV에 출연해 “나는 여기에 전직 장관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성으로 나온 것”이라고 밝힌 변호사 자네트 부그라브 씨(42)다.
뜻밖의 여인이었다. ‘샤르브’라는 필명의 샤르보니에는 공산주의자로서 우파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2007∼2012년)를 맹비판해 왔다. 반면 부그라브 씨는 사르코지 정부에서 청소년·시민사회 담당 국무장관이었다. 게다가 알제리 무슬림 이민자 가정 출신이기도 했다.
그녀는 샤르보니에가 제2의 테오 반 고흐가 될까 우려돼 프랑스 밖으로 피신하라고 호소했으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서서 죽기를 택했다고 말했다. 테오 반 고흐는 무슬림 풍자 만화를 썼다가 2004년 살해된 네덜란드 만화가다.
그녀가 무신론자이자 이슬람 비판론자라는 점이 둘을 이어준 오작교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부그라브 전 장관은 “그는 세속주의의 옹호자였고 볼테르 정신의 계승자였다. 사실 샤르보니에야말로 프랑스 공화국이 잊고 있던 이상의 진정한 실현자”라면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팡테옹에 묻어주겠다”고 말했다. 팡테옹은 프랑스의 국립묘지에 해당한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정파를 초월한 ‘두려움 없는 사랑’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샤르보니에의 유족은 10일 “지금까지처럼 스스로를 드러내지 말기 바란다”며 둘의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낙담한 부그라브 전 장관은 “나는 멍들고 패배했다. 유족의 뜻을 받아들여 내 존재를 지우고 샤르보니에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들은 내 사랑과 마지막 만남의 순간에 나를 제외했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그를 두 번 죽였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연인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를 증언하는 지인이 여럿 나왔다. 부그라브 전 장관의 입양한 세 살짜리 딸과 두 사람이 다정하게 함께 찍은 가족사진도 공개됐다. 부그라브 전 장관은 “우리 관계를 언론에 공표하진 않았지만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내 어머니를 만났고 내 딸은 그를 ‘아빠’로 불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