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연구팀, ‘애완 여우’ 만들기 성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연구팀이 야생 은여우 중에서 유순한 개체끼리 교배해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따르는 ‘애완 여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래 사진은 생후 4개월 된 어린 여우. 러시아유전학저널 제공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여우는 “길들여져 있지 않다”며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최근 연구를 토대로 ‘어린 왕자’를 다시 쓴다면 여우는 절대 거절하지 못할 것 같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가 야생 은여우 길들이기에 성공해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따르는 ‘애완 여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구팀은 온순한 여우만 선택해 이들끼리 교배하기 시작했다. 10세대가 지나자 사람을 따르는 여우가 전체의 17.8%를 차지했고, 20세대 뒤에는 35%, 30세대 뒤에는 49%가 됐다. 2003년에는 애완 여우 비율이 70%까지 늘어났다. 현재 연구소는 사람들에게 애완 여우를 반려동물로 분양하고 있다.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온순한 유전자만 선택해 여우의 야생성을 지워나간 결과”라며 “비슷한 방식으로 늑대도 개처럼 길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인간이 먹는 밥이 야생동물을 애완동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 미국, 노르웨이 국제 공동연구팀은 개가 사람처럼 풀이나 곡식을 먹도록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를 2013년 ‘네이처’에 발표했다. 늑대 12마리와 14품종의 개 60마리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개가 늑대보다 녹말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 유전자를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개의 당분 소화 효소인 말타아제 유전자도 늑대보다는 토끼, 소, 쥐 등과 더 비슷했다. 같은 개과인 늑대보다 생물학적인 족보상으로 훨씬 먼 초식동물이나 잡식동물과 비슷한 소화 효소를 만들어내도록 진화하면서 가축으로 길들여진 셈이다.
야생고양이와 집고양이의 게놈을 비교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집고양이와 야생고양이는 먹이에 대한 보상이나 기억에 관여하는 뇌 속 신경회로를 조절하는 유전자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슬리 워런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인간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생긴 유전적 변이가 야생고양이를 길들이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