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입단 초읽기에 들어간 강정호가 14일 미국행에 앞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강정호의 표정에서 메이저리거를 향한 밝은 희망이 묻어난다. 강정호는 이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전 유격수 머서만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강정호가 피츠버그로 떠나면서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권리는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메이저리그 계약 체계는 참 어렵고 복잡합니다. 선수도 헷갈릴 정도입니다. ‘더 몬스터’ 류현진(28)도 실수했습니다. 팀 제3 선발인 그는 방송에 출연해 “LA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같은 해 계약한 제2 선발) 잭 그링키(32)도 받지 못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받아냈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다저스에서 그링키보다 류현진을 높게 평가해 그에게만 이 거부권을 준 걸까요? 두 선수가 계약한 2012년 그링키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8년을 뛴 상태였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5년을 소화하면 누구나 자동으로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생깁니다. 그러니 그링키는 처음부터 계약서에 마이너리그 거부 조항을 넣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언제든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엔트리 숫자는 25명입니다. 여기에 각 구단은 언제든 메이저리그로 ‘콜업(call up)’할 수 있는 선수 15명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40명을 합쳐 ‘메이저리그 확장 엔트리(로스터)’라고 부릅니다. 각 팀에서 이 40명만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리그 계약 관계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있어도 15명은 늘 마이너리그에서 뛰어야 하는 겁니다. 이게 싫다면서 25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마이너리그 거부권’입니다. 이 권리가 없으면 구단은 최대 세 차례 ‘마이너리그 옵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40인 엔트리에 새로운 선수를 올리려면 기존 선수를 제외해야 합니다. 이때 메이저리그 구단은 한국 언론에서 흔히 ‘지명 양도’라고 번역하는 DFA(Designated for assignment)를 거쳐 산하 마이너리그 팀으로 해당 선수 계약을 이관(outright)하기도 합니다.
●올해 윤석민은 정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을까
윤석민(29)은 이 과정을 통해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처음 볼티모어에 입단하면서 40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해 DFA를 거쳐 ‘메이저리그 전력외 선수’가 됐습니다. 현재 계약상으로 윤석민은 볼티모아 산하 ·AAA 팀 노포크 소속입니다.
이렇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오히려 선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류현진이 2년 동안 한 번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지 않은 건 계약 조항 때문이 아니라 실력 덕분이었습니다.
강정호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츠버그에서 먼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주겠다면 사양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권리를 고집하느라 계약이 늦어져 운동할 시간을 줄일 이유 역시 전혀 없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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