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출 불가능한 비상계단
취재팀이 학원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관악구 신림동 학원 15곳을 확인한 결과 이 중 7곳은 외부로 연결된 계단이 하나뿐이었다. 참사를 빚은 의정부 아파트처럼 별도의 비상계단이 없어 계단 쪽에서 화재가 날 경우 탈출로가 출입구와 연결된 계단 하나뿐이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처럼 불티가 출입구에 옮아 붙으면 탈출로 자체가 차단되는 셈이다. 비상계단을 갖춘 학원도 신속한 탈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대피로 표시등이 꺼져 있어 화재로 인한 정전 시 계단 출입문을 찾기가 어려웠고, 학원 복도와 계단은 폭이 약 1.5m에 불과해 한꺼번에 사람이 몰릴 때는 압사 등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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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화재 대피시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신림동의 B학원에서는 완강기함 외부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내부는 절반 이상 물이 차 있었다. 완강기 고리의 철제 부분도 녹이 슬어 안전한 탈출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일부 학원에서는 소화기가 지정된 곳에 있지 않았고 출입문이 닫히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 화재장비 없이 위험에 노출된 고시생들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여 사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고시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가구가 살고 있는 C고시원의 각 방과 복도를 점검한 결과 스프링클러와 소화기 등 안전장비는 물론이고 비상 탈출구조차 없었다. 출입문을 제외한 유일한 탈출구는 창문이었으나 이마저도 창문을 열면 옆 건물의 벽이 맞닿아 있어 탈출이 어려웠다. 22가구가 사는 D고시원은 각층 복도 끝에 비상문을 설치했고 문을 열면 비상사다리를 통해 탈출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러나 비상문 앞에는 대형 정수기가 놓여 있어 쉽사리 문을 열 수 없었다. 이 경우 유일한 대피로는 옥상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기자가 화재 상황을 가상해 1층에서부터 4층까지 달려 올라가 봤다. 18초가 걸려 힘들게 옥상문 앞에 도착했지만 옥상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 교수는 “원룸 형태인 고시원은 면적이 좁아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아파트보다 빠르다”며 “특히 혼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재 발생을 파악하지 못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고시원 앞에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어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아 보였다. 서울 관악소방서 관계자는 “대학동의 경우 불법 주차로 인해 통행로의 폭이 좁아져 화재 현장 진입 시간이 지체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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