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사외(社外)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분식회계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코스닥 상장사였다가 상장 폐지된 코어비트의 소액 투자자들이 이 회사 전현직 이사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윤모 전 사외이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외이사의 면책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판결이어서 파장이 작지 않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이사진은 대표이사와 다른 이사들의 업무 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감독할 지위에 있으며 사외이사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씨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사외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을 나타낼 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는 사정’은 아니라고 판단한 점도 눈에 띈다. 사외이사는 경영상의 권한 못지않게 책임도 사내이사와 함께 진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코어비트는 대표이사가 2009년 비상장사 주식을 사들인 뒤 재무제표에는 약 6배의 금액을 지급했다고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15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이듬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1심 재판부는 사내외 이사의 공동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는 “사외이사 윤 씨는 엉겁결에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윤 씨에게 면책을 인정한 것은 법리상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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