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兆 들여 10여년 개발해야 ‘희망’… 제약업계 “더 파격적 지원 아쉬워”
최근 국내 희귀난치성 질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가 최근 첨단 바이오의약품 분야 연구개발(R&D)을 집중 지원해 3년 내 글로벌 신약 출시를 목표로 하는 ‘첨단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진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015년에만 15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계획이 성과를 거둔다면 국내서 신약 개발이 더 활발해지고 환자들은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투자 규모가 너무 작으며, 좀 더 파격적인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예산이 소요된다. 개발에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15년가량이다. 천문학적인 금액과 기간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신약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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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강국 프랑스, 독일과 인접한 벨기에는 최근 제약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벨기에가 비교적 단기간에 신흥 강국으로 성장한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R&D 투자와 함께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다. 벨기에는 제약 분야의 R&D에 매년 약 2조133억 원(15억 유로)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벨기에 전체 R&D 투자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낮은 약값 정책도 신약 개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IMS의 조사에 따르면 2004∼2013년 전 세계 198개 신약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받는 약은 하나도 없다. 반면 국내 가격이 가장 낮은 품목은 147개로 74%나 됐다. 한국의 평균 신약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가격의 44% 수준이다.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20%가량 낮다.
정부는 최근 희귀 질환 치료제에 대한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를 신설했다. 경제성 평가가 곤란한 희귀 질환 약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최저 약값’ 수준에서 경제성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제약업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에서 약값을 정한다면 우리가 의약품을 개발해 수출할 때도 외국에서 낮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신약을 개발하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