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예치금 갑자기 통장에 환불… 입학 취소된 사실 뒤늦게 알아 합격증 개인정보 도용당한 듯… 대학측 “선의의 피해 확인땐 구제”
사건의 발단은 ‘인증샷’(본인임을 인증하는 사진) 한 장이었다. 류모 양(19)은 지난해 12월 6일 자신이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에 2015학번으로 수시 합격했다는 인터넷 화면 캡처(사진)를 자신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류 양은 “목표했던 대학에 합격해 감회가 새롭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 감사의 글이 ‘인생 최대의 실수’였음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류 양은 합격 후 학교에 등록 예치금 30만 원을 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고스란히 통장으로 되돌아왔고, 합격은 취소됐다. 류 양은 뒤늦게 학교 측에 “내가 환불 신청을 한 게 아니니 합격 취소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대학 측은 류 양의 등록 취소 후 이미 추가 합격자 선발을 마친 상황이었다.
광고 로드중
또 류 씨를 사칭한 누군가가 입시 대행업체에서 임시 비밀번호를 발급받아 건국대에 접속한 뒤 입학 의사가 없음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류 씨를 사칭한 한 학생이 입시 대행업체와 접촉해 류 씨의 비밀 임시번호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 예치금 업체 해킹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아직까지 해킹 흔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류 양은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불가피한 사정이나 사고로 모집 정원 이상의 인원을 선발하더라도 그 다음 해의 선발 인원을 줄이면 문제가 없다”며 “본인의 의사가 아닌 외부 요인 때문에 불합격 처리됐다면 대학 자율로 구제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건국대 측은 교육부 질의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류 양이 ‘선의의’ 피해자로 확인되면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