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5분’ 재구성
테러범들은 이내 수요일마다 편집회의가 열리고 있는 뉴스룸으로 쳐들어갔다. 편집장 겸 만평가인 스테판 샤르보니에 씨는 알카에다의 살해 협박을 수차례 받았던 인물로 당시 점심식사를 겸해 주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테러범들은 사람들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세우고 주머니에서 처형 대상 명단을 꺼내 한 명씩 호명한 뒤 바로 쏴 죽였다. 유창하면서도 악센트가 없는 프랑스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생존자들을 치료한 의사 제랄드 키에르제크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범들은 총을 난사한 게 아니라 희생자들을 처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뉴스룸에서만 10명이 죽었다. 샤르보니에 씨의 경호를 맡고 있던 경찰관 1명도 포함됐다. 한 목격자는 AP통신에 “그들이 너무 체계적이라 처음에는 프랑스 반테러 정예요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훈련을 받은 바 있는 토니 섀퍼 전 미 육군 중령은 “테러범들은 굉장히 전문적이고 조직적으로 보인다. 군사훈련 없이는 이런 잘 짜인 각본 같은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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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분 만에 임무를 마친 테러범들은 대기 중인 차에 올라타고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3차례 총격전을 벌였다. 총에 맞아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경찰관을 향해 총구를 머리 부근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잔혹함을 보였다. 희생자가 총 12명으로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도주하던 테러범들은 포르트드팡탱 지하철역 부근에서 차를 빼앗아 갈아타고 달아났다. 놀란 시민들에게는 “예멘의 알카에다가 저지른 일이라고 언론에 알려라”고 말하는 등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경찰은 테러범들이 도주 차량에 흘린 신분증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프랑스 동북부 도시 랭스 일대에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쳤지만 달아난 이들의 행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