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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경기한파에도 온정은 뜨거웠네

입력 | 2015-01-06 03:00:00

대구-경북 공동모금회 기부행렬… 얼굴없는 천사들 1억원씩 쾌척
희성전자 크레텍책임 등 기업동참… 현재 144억원 기록… 목표 곧 달성




화성산업 1억 원 기탁 황진수 화성산업 총무부장(오른쪽)이 방성수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에게 이웃돕기 성금 1억 원을 전달하고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오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겨울 대구 경북 지역의 기부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5일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최근 경북 경주와 청도에 사는 여성 2명은 경북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하고 27호, 28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아너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상을 밝히지 않은 채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보탬이 되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앞서 두 여성의 남편들도 각각 2012년 5월과 2013년 10월 익명으로 경북 아너소사이어티 4호, 12호에 가입했다. 이들 부부는 “우리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조용한 기부로 나눔을 실천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북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이름과 직업만 알려 달라고 했지만 한사코 알려 주지 않았다. 경주 부부는 50대, 청도 부부는 40대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2월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60대 남성이 전화로 기부 의사를 밝혔다. 매년 이맘때 대구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기부해 직원들 사이에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이 남성은 수성구 신천시장 한 식당에서 대구공동모금회 직원을 만나 각각 1억 원, 2500만 원이 적힌 수표 2장과 쪽지를 넣은 봉투를 전했다. 쪽지에는 “2년 동안 500만 원씩 적금을 넣어 모은 돈”이라며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해 주고 탈북자 단체에도 지원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2012년 1월 1억 원, 같은 해 12월 1억2300만 원, 2013년 12월 1억2400만 원을 같은 방식으로 기부했다. 지금까지 4억7000만 원을 내놓았다. 그 역시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업의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전자부품 생산 기업인 희성전자는 지난해 12월 31일 이웃 사랑 성금 1억 원을 대구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3년 연속 1억 원을 냈다. 직원들은 자투리모금회를 만들어 2010년부터 월급에서 1000원씩 떼어 저축한 뒤 불우이웃 돕기에 쓰고 있다.

건설 기업인 화성산업과 산업공구 유통기업 크레텍책임도 최근 1억 원씩 대구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최성문 크레텍책임 대표는 “불경기 속에서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 덕분”이라며 “수익을 기부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은 53억8600여만 원, 경북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은 90억1800여만 원을 기록했다. 31일까지 진행하는 희망 나눔 캠페인 목표치는 대구 80억2300만 원, 경북 114억6100만 원이다. 대구 및 경북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사랑의 온도가 대구 67도, 경북 79도인데 이달 들어 개인뿐 아니라 기업 기부가 이어져 조만간 100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