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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AI 확산 예측 무시… 수백억 피해

입력 | 2014-12-31 03:00:00

KT 빅데이터 분석… 경로 예상 적중
농식품부, 자료 외면 선제방역 못해




농림축산식품부가 9월 말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N8형)의 확산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하고도 현장에서 전혀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AI는 이후 경상도를 거쳐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등 수도권까지 번지며 농장 38곳에서 수백억 원의 피해를 냈다. 이를 포함해 올해 AI로 매몰 처분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약 1500만 마리)의 피해 규모는 1400억 원을 넘는다. 정부가 새로운 방역 대책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혈세가 보전하는 농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셈이다.

3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KT 빅데이터 프로젝트팀은 농식품부의 의뢰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예측 경로’ 분석 자료를 만들어 9월 25일과 10월 1일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KT는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등록된 축산차량 이동 데이터와 이동통신 위치정보 데이터 등을 토대로 이 자료를 만들었다. KT는 이를 근거로 10월 한 달간 감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위험도에 따라 5단계로 분류했다. 전남 나주시, 곡성군, 무안군 등이 선제적 방역 지역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정작 데이터 분석을 의뢰한 농식품부는 이 자료를 외면한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9월 24일부터 10월 말까지 AI가 발생한 28개 농가 중 KAHIS에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농가 10여 곳을 제외하면 피해 지역은 대부분 KT가 예상한 지역과 일치했다. 9월 말부터 최근까지 매몰 처분된 가금류는 53만여 마리다.

▼ 농식품부 “검증안된 자료” 석달간 활용 안해 ▼

발병 초기 국도나 고속도로 주변 농가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AI의 특성상 감염 경로 예측이 방역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KT의 예측 모델이 AI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KT 측이 예측 모델을 AI가 가장 심각했던 올해 1, 2월 상황에 대입해 본 결과 예측 지역의 83%가 실제 발병 지역과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 솔루션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빅데이터 시범사업의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6월 KT와 제휴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도 이 사업에 참여했다. 농식품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홍보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이 솔루션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10월 AI 확산 농가를 대부분 예측했다는 것은 KT의 주장일 뿐 정확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검증 작업조차 하지 않은 점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농식품부는 10월 이후 KT에 자료를 넘겨주지 않아 KT는 추가 분석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 측은 “KT가 솔루션을 개발했으니 검증도 KT가 했어야 했다”며 “KT도 자신이 없었고 우리도 자신이 없었으니 덮어 놓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이와 별개로 이달 초 충북 진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KT에 AI 확산 예측 솔루션으로 구제역 확산 경로를 분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AI와 구제역은 확산 경로와 특징이 전혀 다르다. 정작 AI에 필요한 검증작업은 하지 않으면서 엉뚱한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축산업계 안팎에서는 “농식품부가 10, 11월에라도 예측 모델을 2, 3번만 더 검증했다면 당장에라도 방역 대책에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동일 dong@donga.com·김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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