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亞경기 金’ 제주농부 김원탁씨
김원탁 씨가 23일 오후 제주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기른 당근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김성모 기자 mo@donga.com
김 씨는 현재 농부가 되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1996년 마라톤을 접고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아는 선배가 ‘감자 심는 데 좀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한 게 계기가 됐어요. 감자를 심고 종자가 남았는데 그걸 내 밭에 심다 보니 땅도 늘리고 다른 것도 심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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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가 주력 재배하는 작물은 콩나물용 콩이다. 매년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파종을 하고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사이에 콩을 수확한다. 그는 콩과 감자, 당근, 무 등을 재배해 한 해 1억70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농사가 잘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땐 마라톤처럼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태풍도 견뎌야 하고 비료를 주는 시기부터 농사 장소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겪은 끝에 그는 ‘콩 박사’가 됐다.
김 씨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농사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요즘엔 기계도 많이 써야 하는 데다 땅의 임대료도 비싸져 웬만한 규모로는 어려워요. 자칫 태풍 한 번 맞고 나면 빚만 남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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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종자를 강조하긴 했지만, 김 씨의 성공은 자신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그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로 지낸 강인복 구좌농협 자재팀장(51)은 “품종이 좋아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원탁이만큼 노력파가 없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그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통한다. 농사지을 때는 밤 12시까지 트랙터를 타고 다닐 정도로 끈기와 오기가 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어영부영 살 거면 살 필요가 없다”며 “콩에 대해서는 마라톤만큼 잘 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고는 “농부로 사는 인생도 마라톤처럼 ‘완주’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주=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