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 당국회담’ 제안 靑과 직접대화 원하는 北 고려해… 대통령 직속 ‘통준위’ 카드 꺼내 민관분야 포괄적 의제 내세워… 北 호응땐 장관급 회담으로 격상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내년 1월 중 남북간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류 장관은 “분단 시대를 넘어 통일 시대로 가기 위해 남북이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왼쪽은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내년은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해인 만큼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낼 적기(適期)다. 그래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화 제의가 필요하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안의 특징은 남북 당국 간 대화에 민관 합동기구인 통준위를 내세운 점이다. 실제로 대북 제안이나 회담 의제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기존 남북 고위급 접촉 틀에서 거론되던 의제와 별로 다를 것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통준위를 내세워 남북대화의 판을 새로운 틀로 짜면서 북한의 관심을 유도하는 구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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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통준위를 전면에 내세워 ‘박근혜표 남북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구상과 제안이 “한국이 주도하는 방식의 남북대화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북한과의 기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제의에 호응하면 후속 대화를 고위급 접촉보다는 장관급 당국 간 회담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판을 바꾸기로 한 만큼 남북대화의 격 자체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통준위는 이날 남북대화에서 다룰 주요 의제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및 DMZ 생태계 공동 조사 △남북 간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존사업 △광복 70주년 맞이 남북 축구대회 및 중·장기적 남북 문화협정 체결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등을 제시했다. 이외에 △보건·영양개선사업, 생활·인프라 개선 등 개발협력 추진 및 산림녹화, 생태·환경보전·수자원공동 이용 △통일시대에 필요한 법률과 제도 준비 △나진-하산 사업 등 남북과 국제사회 간 경제협력사업 추진 방침도 밝혔다.
이번 대화 제의 방침은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화 제의는 지난주에 결정돼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며 긴박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 반 남북대화를 제의하는 기자회견장에 함께 참석한 통준위 분과 위원장들은 직전에 열린 통준위 기획단 회의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