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오후 2시 발표한 8기 집행부 결선투표 최종 집계 결과에 따르면 한 당선자는 총 18만2249표(51.6%)를 얻어 17만801표(48.4%)에 그친 전재환 후보를 3.2%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총장에는 한 당선자와 러닝 메이트로 출마한 최종진 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과 이영주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 각각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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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당선자는 민주노총 내부의 좌파로 분류되는 ‘노동 전선’ 그룹 출신으로 현장 운동 경험은 풍부하지만 민주노총 집행부의 필수 코스인 산별노조 대표 경험은 없다. 반면 결선투표에서 경쟁했던 전 후보는 ‘진보대통합’을 공약으로 내걸고 전국회 등 주류 정파들의 지지를 한 데 모아 출마하면서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는 예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는 고질적 계파 갈등과 정치투쟁에 집착했던 기존 집행부에 대해 일반 조합원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사실상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과거에도 간접선거를 통해 민족민주(NL) 세력이 중심이 된 정파들이 집행부를 장악하면서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 투쟁에 집중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등 정작 노동계가 맞닥뜨린 현안은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국내 유일의 ‘민주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도 싸늘해졌다.
민주노총의 한 조합원은 “지금까지 NL 세력이 주도한 정치 투쟁을 접고,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대투쟁’을 해보자는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한 마디로 NL 세력을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라며 “이제 민주노총도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활동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직선으로 위원장과 집행부를 선출한 만큼 기층 조합원들의 개혁 요구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정규직 600만 시대에서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온 만큼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민주노총이 솔직히 지금까지 비정규직들을 위해서 해준 게 뭐가 있냐”며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 운동에서 탈피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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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