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 치어 숨지게한 대학생… “헬멧 안써 맞바람에 눈 못떴다” 재판부 “주장 사실일까” 직접 체험… “일리있지만 중과실” 1년2개월刑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두 달 전 시속 60km로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현장 검증’을 했다. 지난해 20대 대학생이 교통위반 단속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바로 그 도로였다. 헬멧을 쓰지 않고 경찰이 모는 ‘오토바이 사이드카(옆자리 1인승 좌석)’에 오른 강 부장판사는 세찬 맞바람에도 두 눈을 부릅떴다. “강한 바람 때문에 (먼 곳을 보기 어려워) 경찰을 보지 못했다”는 피고인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11월 15일 대학생 박모 씨(25)는 헬멧 없이 오토바이를 몰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중 불법주행 단속에 나선 교통경찰관 A 씨(51)를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엔 박 씨의 오토바이가 형광 조끼를 입고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A 씨를 치받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추운 날씨와 맞바람에 눈을 똑바로 뜰 수 없어 경찰을 못 봤다”는 박 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가 아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강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들은 사고 당일과 비슷한 날씨를 보인 날을 골라 직접 오토바이에 타봤다. 피고인이 겪은 것과 똑같은 상황을 접하기 위해 판사 3명 모두 쓰고 있던 안경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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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