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검찰에 출석해 밤늦도록 조사받은 박지만 EG 회장은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권력 암투설의 당사자다. ‘박지만 씨 미행의 정윤회 배후설’이라는 3월 시사저널 보도가 비선실세 논란의 출발점이었고, 박 회장은 자신을 미행하는 용역업체 직원에게서 자술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씨 측에서 정말 박 회장을 미행했는지, 아니면 박 회장의 잘못된 의심이었는지를 검찰이 분명히 가려내야 이번 사건의 핵심인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도 밝힐 수 있다.
박 회장은 어제 검찰에 출두하면서 “알고 있는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정 씨가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그 불장난에 춤을 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대응처럼 들린다. 사건이 비선실세 권력과 대통령 동생 권력의 다툼으로 확대된 이상, 박 회장은 사실대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도리다. 검찰은 5월 박 회장이 세계일보 기자를 만나 유출된 청와대 문건을 건네받은 경위와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진상조사를 요청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규명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동생인 박 회장이 ‘중요 참고인’으로 조사받는 데 대해 심경이 편치 못했을 듯하다. 박 회장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박 회장과 관련된 인사가 잡음을 일으킨 것을 바라보는 국민도 편치는 않다. 애초 대통령의 동생과 각별한 사이인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에게 친인척 관리를 맡긴 것부터 적절한 인사였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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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가족을 청와대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히 관리했음에도 가족과 측근들 사이의 분란을 막지 못한 데는 인사를 둘러싼 양측 간의 갈등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박 회장 소환조사를 계기로 다시는 가족이나 측근의 인사 개입을 둘러싼 권력암투설이 재연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