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도심서 30명 인질극 방송사 2곳에 생방송 인터뷰 요구… TV접촉 않는 전문테러범과 달라
경찰은 현재 인질범과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질극이 벌어지자마자 마틴플레이스 주변 반경 약 500m에 통제선을 설치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당국은 인질극 장기화를 감안해 현장 인근 직장인들에게 16일에 출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 “인질범은 이슬람 종교지도자”
이번 인질극은 시리아 반군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범행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들은 시리아 등에서 활동하는 전문 테러단체의 조직원은 아니며 호주 등에서 생겨난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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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방송 채널10은 “괴한이 IS의 깃발과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면담 등 두 가지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범인이 린트 카페와 시드니 시내에 각각 2개의 폭탄을 설치했다고도 덧붙였다. 여성 인질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글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고 있다. 이 글에는 ‘괴한이 샷건과 폭탄을 갖고 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우릴 죽이겠다고 위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괴한이 최소 2개의 방송국과 접촉했다는 점도 전문 테러범이 아닐 것이란 추정에 무게를 실어준다. 라디오 방송 ‘더 레이 해들리 모닝쇼’를 진행하는 레이 해들리 진행자는 이날 “인질범이 인질을 통해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와 아프리카 등에서 대형 테러를 벌여 왔던 IS나 알카에다는 방송국과 한 번도 접촉한 적이 없다.
○ 시드니 도심 기능 사실상 마비
인질극으로 관광 명소인 오페라하우스, 뉴사우스웨일스 주의회 등 주요 건물에도 대피령이 내려졌고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카페가 있는 마틴플레이스 거리에는 호주중앙은행, 주의회 의사당, 미국 및 뉴질랜드 영사관 등이 밀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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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씨가 다니는 시드니 새순장로교회 신자들과 배 씨의 학교 선후배 등도 그의 탈출 사실을 확인했다. 시드니 새순장로교회 측은 “배 씨가 풀려났으며, 현재 경찰이 보호하고 있다”고 SNS를 통해 알렸다. 배 씨는 인질극이 벌어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했으며 이날도 오전부터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배 씨의 한 지인은 “인질극 소식이 전해진 뒤 친구들이 배 씨에게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배 씨는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주해 시민권을 취득했다. 현재 시드니공대(UTS)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유덕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