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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의 덫… 중위권大 합격 수능만점자 ‘울며 재수하기’

입력 | 2014-12-13 03:00:00

[물수능 후폭풍]만점자 예년보다 크게 늘면서 수시 등록포기 속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상 최악의 물 수능’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만점자가 속출하면서 수능 고득점을 하고도 기대치보다 낮은 대학에 가야만 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런 현상을 일명 ‘수시 납치’라고까지 부르는 상황이다. ‘수시 납치’란 수시모집에 한 곳이라도 합격하면 등록을 하지 않아도 정시모집 지원이 금지되는 규정 때문에 수능 고득점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시합격 대학에 등록하거나 재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은어다. 수험생들은 좋은 수능 성적을 거두고도 좋은 대학에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억울한 심정을 ‘납치’라고 표현한 것이다.

11일 입시학원과 일선 고교들에 따르면 각 대학이 10일 수시 등록을 마감한 결과 수능 원점수 만점자 중 일부가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외의 대학에 가거나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에서 국영수와 사회탐구 2과목 모두 만점을 받은 A 학생은 성균관대에 등록했으며, 역시 만점을 받은 B 학생은 중앙대 대학별 고사에 결시하고 재수를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학생은 정시에서 SKY에 지원 가능한 점수지만 성균관대 수시모집에서 합격한 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B 학생은 시험을 잘 보고도 아예 올해 입시를 포기한 것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수능 만점자가 수십 명에 이르는 가운데 예년에는 주로 인문계와 재수생의 만점 비율이 높은 반면, 올해는 자연계와 고교 3학년의 만점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연계가 치르는 수학B가 너무 쉽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주로 수시모집에 집중하는 고3들이 대거 수능 만점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욱이 올해 정시는 수능 위주 전형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에 논란에 더 불을 지르고 있다. 교육부의 입시 간소화 정책에 따라 정시의 수능 위주 전형은 예년 60∼70%였던 것이 올해 87%까지 늘어났다. 수능을 잘 보면 어느 해보다 정시에서 유리할 수 있는 해인데도 하향 등록 또는 재수를 불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논술전형에서도 수능 성적을 보고 학생들을 골라 뽑는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수험생들이 주로 활용하는 사이트에는 “수시 논술전형에서 논술을 세 줄만 쓰고 나온 친구가 수능을 잘 봐서 합격했다” “예비합격번호를 안 주는 대학은 수능을 보고 뽑는 것 같다”는 식의 의혹 제기가 쏟아지고 있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한 대학들이 수능 등급만 보는 것이 아니라 표준점수와 백분위까지 따진다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입시 전문가들은 수시 전형 과정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각 대학에 지원자들의 수능 성적을 모두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D고의 진학지도 교사는 “수능 성적 발표와 수시 합격자 발표 기간 사이에 대학들이 수능 점수를 표준점수와 백분위까지 다 볼 수 있는 것은 문제”라면서 “수시에서는 대학들에 수능 등급만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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